한반도에 기습적인 한파가 찾아오면서 전국이 시베리아 동토(凍土) 못지않게 꽁꽁 얼어붙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의 아침 6시 기온은 -11.5℃로, 러시아 모스크바(-10.4℃·협정세계시 기준 오전 6시)보다 1도 가까이 더 떨어졌고, 카자흐스탄 알마티(-12.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무인 자동기상관측망(AWS) 기준으로 강원 인제(향로봉)는 낮 최고기온이 -20℃까지 내려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낮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국토 최남단인 제주 역시 곳곳에서 낮에도 영하권에 머물렀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한파특보가 발표됐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무색하게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상현상을 설명할 때 고기압은 공기가 많은 지역을, 저기압은 공기가 적은 지역을 말한다. 공기는 총량의 법칙에 따라 한 지역에 공기가 많이 모여들면 근방의 다른 지역은 공기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고기압과 저기압은 대부분 짝을 이뤄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고기압은 맑은 날씨가 되고, 저기압은 구름이나 비를 동반한다. 그런데 고기압과 저기압은 보통 짝을 이뤄 다니기 때문에 며칠 날씨가 좋으면 그 후 며칠은 날씨가 좋지 않다. 이같이 겨울에 3~4일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좋으면서 춥고, 나머지 3~4일은 저기압에 의해 날씨는 좋지 않지만 덜 추운 기온이 나타난다. 바로 `삼한사온(三寒四溫)`현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연법칙에는 항상 예외가 발생한다. 바로 저지고기압이 그런 예다. 한반도의 이상한파도 대륙고기압이 빠져 나갈 통로가 막히는 저지고기압(Blocking High)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지고기압이란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하며 동쪽으로 움직이는 저기압의 진행을 저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블로킹 고기압`이라고도 불린다. 고기압과 저기압은 나란히 짝을 이뤄 움직여야 하지만 저지고기압은 상당기간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기압을 형성한다. 따라서 한반도 북쪽으로 저지고기압이 발생하면 시베리아 북쪽의 찬 공기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기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려 이상한파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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