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br /><br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춥다. 움츠리며 아랫목으로만 파고들게 하는 날씨. 살을 에는 듯 물리적으로 추운 만큼, 우리에게는 마음을 어렵게 하고 생각을 복잡하게 만드는 소식들과 상황들이 여럿 펼쳐져 있다. 함께 벌어지고 있지만 둘 가운데 어느 하나도 실패할 수 없는 일들. 먼저, 평창올림픽의 개최를 앞두고 이를 참으로 세계인들의 평화와 화합의 잔치로 만들어야 하는 일. 그리고, 적폐청산에 나선 우리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 여러 다양한 의견들을 잘 듣고 생각을 지혜롭게 모아서 이들 상황들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끼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일을 맡아 진행하는 이들에게는 날씨가 살을 에는 만큼 마음고생이 심할 터이다.

먼저 올림픽. 북한이 참여하게 되어 생각거리가 많아지기는 하였지만, 올림픽정신이 본질을 살피면 의외로 그 지향점과 대처방안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정리되는 것이다. 즉, 평화와 친선, 그리고 도약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올림픽은 어려움이 가득한 세상이 스포츠를 통해 평화와 화합을 떠올리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다짐에 이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평화를 기대하는 마음들이 모아진 까닭에 세계대전을 가로지르면서도 열린 바 있었으며, 지금은 한국과 북한의 긴장관계도 씻은 듯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닐까. 당장 벌어지고 있는 해빙의 무드와 평화의 기운도 주목거리이기는 하지만, 올림픽이 지난 다음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사뭇 기대도 되고 우려도 쌓이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어떻게 잘 승화시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인지 깊은 고뇌와 함께 관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 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시작되는 그 첫 계단으로 만들어 낼 필요가 간절한 것이다.

둘째, `이게 나라냐`는 구호와 함께 기대하였던 적폐청산의 길목에는 자칫 국민의 마음들이 나누어지고 갈등이 피어날 싹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도 우리가 바라던 나라와 사회의 모습이라는 그 본질에 초점을 부단히 맞추면서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오해와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은 상식에 근거하여 반응하고 건설적으로 비판하며 조언해야 할 것이다. 여러 차례 변화를 겪은 우리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기본적인 지향점에 관하여 이미 잘 알고 있다. 그 어떤 주장에도 들리는 대로 흔들리기 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간절함이 뿌리내려 있는 것이다. 과도한 선동이나 이념적 수사에는 휩쓸리지 않을 지혜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도를 넘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국민이 바라는 바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파가 깊을수록 봄이 멀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올림픽을 통해 이 땅에 평화의 기운이 싹을 틔우고 새 봄에는 그간의 긴장을 극복하는 진정한 남북대화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평화요 통일이었음을 증명할 기회가 당기는 평창올림픽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몇 번의 오르내림을 통해 국민이 경험한 바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의 싹을 이제는 제대로 틔워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 지배받거나 통치되는 국민이 아니라,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존중받으며 그 인권이 살아나는 사회로 나아가는 새 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겨울 한파를 이기고 새 순이 돋아날 무렵에는 이 땅에 진정한 평화의 기운이 넘치고 우리 사회는 나라다운 나라를 누리며 국민의 자리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파가 매섭기는 하지만 봄 기운을 막아서지 못할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