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택

급히 팔을 잡아당기는 손길이 있어

돌아보니

막 떨어지고 있는

커다란 손 같은 낙엽이었다

팔 없는 손은 내 팔을 더 붙잡지 못하고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마침 뒤에서 오고 있던 발 하나가

무심히 밟자

바스락!

발밑에서 무수한 틈이 갈라지는

쇳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발이 멀리 가버린 뒤에도

소리들은 틈 사이에 남아

오랫동안 저희들끼리 바스락거렸다

가을 햇빛이 주름살을 쓰다듬듯

깨어진 마른 핏줄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넓은 잎은 크고 앙상한 손바닥을 오므리며

바스러진 틈으로 빠져나가는 허공을

오래오래 쥐고 있었다

가을 플라타너스 이파리에 가 닿은 시인의 섬세한 눈을 본다. 시인 특유의 관찰과 묘사가 돋보이는 시다. 싱싱했던 나무 이파리, 그 치열했던 생명의 연대들이 남긴 가을 플라타너스 낙엽을 바라보며 시인은 생각한다. 가련하고 소중한 가치를 떨어져서 밟히는 낙엽속에서 찾아내는 시안이 참 따스하고 아름답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