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최근 정부는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실시하려고 했던 유치원, 어린이집의 영어 수업 금지를 철회했다. 부모들이 이 조치를 철회해달라고 청와대의 게시판에 청원을 한데다가 언론에서는 `사교육을 막으려는 조치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제목으로 연일 이 조치의 문제점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유치원, 어린이집의 영어수업을 금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카페에서였다. 올해 초쯤인가 한 엄마가 이에 대한 글을 게시한 것을 읽고서야 영어교육 금지 조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얼마 후, 영어수업 금지를 철회해달라는 청원에 서명해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이 인터넷 카페는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 커뮤니티인데 초등학교 이하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많다. 이 카페에서 교육 관련해서 가장 자주 올라오는 글 중에 하나가 영어교육이다. 영어 교육 어떻게 시키세요, 영어 학원 소개해주세요, 혹은 영어유치원 보내야 하나요 등과 같은 질문들이 많이 올라온다.

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영어 학원보다는 영어유치원이다. 영어유치원에서는 원어민 교사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교육하며, 영어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고 놀이도 하고 소풍도 간다. 이렇게 영어유치원을 1년 정도 다니면 아이들이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영어유치원을 다녔다고 수능시험에서 높은 영어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한다.

이 영어유치원은 유치원보다 원비가 최소 5배쯤 비싸다. 많은 부모들이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이유의 대부분은 이 비싼 원비 때문이다. 그 대신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하는 영어 특별활동 등으로 이를 대신한다. 지금은 철회되었지만 만약 유치원, 어린이집의 영어 수업이 금지되었다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영어유치원은 선행학습금지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영어유치원이 영어학원 유치부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유치원, 어린이집 영어교육을 금지한다면 많은 부모들이 이 비싼 원비를 감수하고라도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방과 후의 영어 학원 수업도 지금보다는 더 수요가 늘 것이다. 따라서 영어 교육이 금지되면 부모들의 사교육 비용이 더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유치원, 어린이집의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정규 수업 과정에 영어 과목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게 될 영어수업에 대한 선행학습으로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유치원, 어린이집 영어 교육을 `선행학습`으로 파악한 것은 정확하다.

엄마들이 영어유치원을 추천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초등학교 영어 교육 때문이다. 영어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을 보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 학습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고 말한다. 이미 선행학습을 했기 때문에 영어 수업에 빨리 적응하고, 다른 것을 공부하는 데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현재 정부는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에서는 유치원, 어린이집 영어교육은 나두면서 왜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수업은 금지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유아 영어 교육이 초등 영어 교육에 대비한 선행학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조치가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영어를 학습해야 한다는 부담이 준다면 자연스럽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의 영어 교육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