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학진 포항수협조합장

▲ 포항수협 수산물처리장시설 전경.                      /포항수협 제공
▲ 포항수협 수산물처리장시설 전경. /포항수협 제공
“그에겐 열정과 도전의 DNA가 남다른 것 같다. 포항수협은 그가 그린 도전의 캔버스 역할을 톡톡히 해 줬다고 본다. 운 좋게도 조합과 수협장은 궁합이 잘 맞았다.”

23일 포항수협 수산물처리장시설 준공식에 참석한 모 조합원은 이 사업을 진두지휘한 임학진 포항수협장이 기념사를 위해 연단에 오르자 주변의 인사들에게 쉽지 않은 일들을 취임 후 적잖게 해냈다고 평가했다.

113억 들여 송도해수욕장 내 건립
경북 최대 저빙시설·냉동창고 갖춰
하루 44t 냉동·215각 제빙 등 가능
수산물 빨리 얼려 가격경쟁력 확보

주변 경관 고려한 건물 예술품 같아
1969년 문 연 동빈동 냉동창고 폐쇄
활어센터와 수협 수익창출 큰 기대
임 조합장 열정·도전 DNA의 성과


포항수협은 이날 1089㎡의 제빙 및 저빙시설과 2100㎡ 냉동창고를 갖춘 수산물처리저장시설을 개장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남구 송도해수욕장 내에 들어선 이 시설은 하루 44t 냉동이 가능하고 제빙은 215각(1각의 무게는 통상 140kg), 저빙은 1300각, 냉장은 2538t을 처리 할 수 있다. 경북 동해안 최대 규모로 부지를 제외하고 공사비만 113억원이 투입됐다.

지난 2015년 착공 후 3여년 만에 완공된 이 시설로 지역에서 일시 다획된 수산물의 신속한 동결로 유통 및 가격경쟁력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날 개장한 수산물처리저장시설이 눈길을 끈 대목은 무엇보다 외관. 흔히들 수산물 냉동 냉장창고는 회색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떠올리기 일쑤나 이날 개장한 포항수협 시설은 그 틀을 완전 타파했다.

우선 비취색의 겉모습만 보면 마치 작품 같은 느낌이다. 종전 냉동창고 등의 시설들이 직사각형 공간이라면 포항수협시설은 주변 경관을 적극 고려, 반영했다. 따라서 그냥 외관만 봐서는 냉동냉장시설을 갖춘 수산시설이라곤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다. 모처럼 관에서 발주한 공사치곤 수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항수협은 이에 앞서서도 수산물처리시설 바로 앞에 자연산만 취급하는 송도활어회센터를 개장, 포항의 명소로 만들었다.

▲ 임학진 포항수협장이 23일 포항수협 수산물처리장시설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포항수협 제공
▲ 임학진 포항수협장이 23일 포항수협 수산물처리장시설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포항수협 제공
이 사업들을 주도한 임학진 포항수협장을 이날 행사 후 만나봤다.

-외관만 봐서 수산물처리시설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신경을 쓴 것 같다.

△여러 고민을 했다. 현재 포항시가 해안 관광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해안 경관을 적극 고려해 설계에 반영했다. 특히 이강덕 시장께서 포항에 명품 건축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비용이 더 들어가나.

△외관을 투명 플라스틱 제품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하다보니 통상건축비보다 10% 가량 더 들었다.

-동빈동 냉동창고 등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지난 1969년 문을 연 동빈동 냉동창고 등은 그동안 포항수협과 맥을 같이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설이 낡고 기능들이 분산돼 용도를 다했다. 600여평 규모의 부지는 매각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개장한 활어회센터에는 자연산만 판다고 홍보해 왔다.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지.

△당연하다.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자연산인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누가 단속을 하고 있나.

△현재 11곳에서 활어 장사를 하고 있다. 수협에서 직원이 수시로 수족관을 돌며 살펴보고 있다. 그보다 더 확실한 부분은 업주들이 대부분 중매인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횟감을 보면 한눈에 자연산인지 양식장 출어인지 훤하다. 상호 견제가 되다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더라.

-혹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조치하나.

△그날로 퇴출이다. 이미 상호간에 약속해 놓은 부분이기도 하다.

-회는 활어센터에서 공급하고 초장 등 반찬과 식사류 판매는 수협에서 직영하는 시스템인데, 수입은 어떻게 되나.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 10개월 동안 수협매출만 18여억원을 올렸다. 월 1억8천만원 정도, 하루 600여만원 정도인데 출발치고는 괜찮았었다. 횟집에선 얼마를 팔았는지 우린 모른다. 통계도 안내니까. 추산만 해볼 뿐이다. 다만 포항 어민들이 잡은 활어가 수협 활어센터를 통해 적잖게 유통이 됐으니 어가 안정에는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협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안정적인 어가 유지가 목표다.

-농수축협 등 전국에 산재한 대부분 조합은 조합장 선거로 인해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 포항수협은 어떤가.

△사실이다. 갈등의 골은 조합장 선거가 출발점이다. 포항수협이라고 예외라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조합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시간만 나면 찾아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내가 진정성을 보이고 양보하는 것이 현안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하더라. 포항수협 조합원은 현재 1천267명인데, 제 착각인지 몰라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줘 현안들을 별 마찰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울릉도 섬사람이 포항수협장한다고 비아냥거림은 받지 않았나.

△왜 없었겠나.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일이 기준이 되어야지 지역이 기준되서야 되겠나. 그 점에서 수협조합원들은 열려 있는 것 같다.

-지금 한국의 수산업이 내리막길이다. 포항은.

△마찬가지다. 걱정이다. 오징어가 거의 잡히지 않는 것만 봐도 알지 않나. 타 어종 어획고도 감소추세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항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들에게 많은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규제가 너무 많다. 특히 수산분야엔 규제 투성이다. 어자원 남획에다 해양환경 보호 등을 위한 나름의 규제는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필요치 않는 부분까지도 골목마다 규제가 겹겹이 걸쳐져 있어 행위를 제대로 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어민들이 걸음을 제대로 것을 수 있도록 규제가 확 완화됐으면 한다.

걸어온길 임학진 수협장

울릉 출신인 그는 86년도, 43살 때 포항으로 왔다. 고향인 울릉도에서 한 채낚기 어업은 지금도 그의 생계 수단이다. 현재 97t 채낚기 어선을 한 척 소유하고 있다. 임 조합장은 오징어와 거의 한평생 인연을 맺어 전국근해오징어연합회 초대 회장과 전국 근해생산자회장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다 지난 2012년 포항수협장에 당선됐다. 재선 조합장인 그는 일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지난해 문을 연 활어센터 꼭대기 층에 있는 전망대 커피숍은 그의 일 추진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경북에서는 유일한 회전 커피숍은 포항내항을 360도 각도에서 조망해 볼 수 있어 개장과 동시 명소가 된 공간. 설계 초기 직원들과 조합원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설득을 거듭하며 끝내 성사시켜 이제는 포항의 관광상품으로 올라서게 했다. 그는 아직도 일 욕심이 많다. 그로인해 가끔씩은 의견을 놓고 부딪치는 경우도 있지만 특유의 설득력과 친화력으로 해결해 내고 있다.

/김재광기자 stmkjk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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