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득<br /><br />편집부국장
▲ 김명득 편집부국장

포항은 열정적인 축구도시다. 포항스틸러스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별이 다섯 개 새겨져 있다. K리그를 다섯번 평정했다는 의미고,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만큼 포항하면 축구고, 축구하면 포항이라고 할 만큼 축구에 울고 웃는 도시가 포항이다.

포항스틸러스가 올해 대폭 바뀐 새로운 선수단을 꾸려 지난 11일 태국 방콕으로 동계훈련을 떠났다. 최근 포항지역 상공인 신년인사회에서 만난 최순호 감독은 2년 전 포항 감독에 취임할 때보다 표정이 훨씬 밝아 보였다. 그는 새로 구성된 선수단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던 선수들을 데려오게 돼 올 시즌은 기대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팀 주축 선수들이 많이 떠난 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다. 지난 시즌 7위로 마감할 수 있었던 것도 양동현, 손준호, 심동운과 외국인 용병 룰리냐, 무랄랴, 완델손 등이 공수에서 나름대로 제역할을 다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은 어떨까. 지난 시즌은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최순호식 축구를 구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시즌 초반 반짝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얇은 선수층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위권에 머물었다. 수비의 핵인 김광석의 부상공백이 의외로 컸다는 분석이다. 기분좋게 상승세를 타던 팀이 갑자기 내리막길로 돌아선 것도 김광석의 부상시점과 일치했다. 최 감독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포항의 이번 태국 전지훈련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팀의 주축들이 거의 떠났지만, 팀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알짜` 선수들이 속속 영입됐고, 기존의 김승대, 김광석, 배슬기, 이광혁 등이 버티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된다. 최전방 공격수로 영입한 이근호 역시 돌풍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근호는 대학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주 공격수로 맹활약 했다. 측면 공격수로 영입한 송승민과 미드필더 김민혁도 심동운과 손준호가 빠진 공백을 메워줄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인 용병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공격수 레오 가말류를 시작으로 제테르손, 채프만까지 알토란 영입에 성공했다. 여기에 경남FC로 임대 이적시킨 정원진도 불러 들였고, 김현솔, 이후권, 하창래를 차례로 품으며 포지션별 영입시스템도 마친 상태다.

관건은 이들과 기존 선수와의 조합이다. 수비의 핵인 김광석을 필두로 팀의 주축인 김승대, 이광혁 등과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최 감독도 이번 전지 훈련의 키 포인트를 이 부분에 두고 있다.

최 감독은 올해 `근자필성(勤者必成)`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올해도 수비보다는 끊임없는 공격축구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선수단을 이끌 사장이 이번에 바뀌었다. 제9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양흥열 사장은 포스코 외주실장을 거친 합리적인 성품에다 지역 사정에도 밝아 포항구단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수는 물론 구단 스태프들도 무척 반기는 분위기다.

최 감독은 포항의 레전드다. 누구보다도 포항의 정서를 잘 알고 있고 포항팬들의 절박함도 잘 안다. 그래서 명가의 부활을 누구보다도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머니`의 위력을 앞세운 전북, 수원, 서울, 울산 등의 높은 벽을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다.

이제 더 이상의 퇴보는 안 된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쏟았던 축구사랑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 올해는 꼭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