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애기집을 들어낸 여자처럼 호두나무가 서 있어서

가슴속이 처연해졌다

철 지난 메미떼가 살갗에 붙어서 호두나무를 빨고 있었다

나는 지난 여름 내내 흐느끼는 호두나무의 곡(哭)을 들었따

그러나 귀가 얇아 호두나무의 중심으로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내가 다시 호두나무에게 돌아온 날,

불에 구운 흙처럼 내 마음이 뒤틀리는 걸 보니

나의 이 고백도 바람처럼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알다

호두나무 열매가 다 떨어진 뒤 고향을 찾아온 시인에게 호두 열매가 달렸던 나무의 중심에 늦은 매미떼가 붙어 울고 있는 풍경이 비친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처연해지는 시인을 본다. 그가 돌아온 고향은 늙은 호두나무처럼 그의 생명을 아낌없이 줘버리고 쓸쓸히 서 있는 모습임을 느낀다. 철 지난 매미처럼 시인도 고향이라는 호두나무에 붙어서서 생명력을 흡입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