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통장은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없고 예금주가 은행창구를 직접 방문해야만 입출금을 할 수 있는 비밀 통장을 가리킨다.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비행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스텔스 통장`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남편이나 아내의 비상금 통장이나 비자금 통장으로 이용되는 일이 많다.

스텔스 통장은 당초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등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용도로 시작됐다. 초창기엔 입·출금이 불편해 일명 `멍텅구리 통장`으로 불리며 외면을 받았으나 비상금 관리용 통장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2015년 기준 시중 6개 은행에만 개설 통장이 14만5천개로 늘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스텔스통장의 46%가 여성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스텔스 통장은 `남편의 비상금 통장`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아내의 비상금통장`으로도 많이 쓰인다는 게 진실인 셈이다.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에, 지방은행에서는 대구·경남 은행에 많았다. 이같은 사실은 모 국회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전자금융거래제한 계좌 현황`자료에서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16개 은행의 스텔스 통장은 지난해 6월말 현재 28만2천30개로 집계됐다. 스텔스 계좌 28만여 개는 지난해 말 계좌 2억5천937만개(개인기준)의 0.1%에 해당한다. 스텔스 통장 한 개당 100만원씩 있다고 가정하면 2천820억원이라는 돈이 배우자 몰래 숨겨져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개인계좌 잔액 695조원의 0.04%규모다.

다만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는 스텔스 통장을 만들지 못한다. 스텔스 통장은 온라인에서 통장이 안 보이게 조회를 막아놓은 대신 오로지 `지점 거래`만을 통해 이용하도록 한 통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케이뱅크에는 `계좌숨기기` 서비스가 있다. 이는 스마트뱅킹이나 인터넷뱅킹 이용시 조회나 이체 등의 계좌목록에서 특정 계좌가 노출되지 않도록 숨기는 서비스다. 스텔스 통장이 부쩍 인기를 끌고있다는 뉴스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주머니돈이 쌈지돈`이었던 시절은 어느새 흘러갔나 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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