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의 시대` 미셸 마페졸리 지음·문학동네 펴냄박정호·신지은 번역인문·2만2천원

`부족의 시대(Le temps des tribus·문학동네)`는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73)의 대표작 중 하나다. 1988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다.

현재 파리5대학 명예교수인 마페졸리는 일상생활의 실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철학, 문학, 사회학, 인류학을 아우르는 포스트모던 사회학의 기수로 불린다. 20세기 유럽의 대표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1929~2007년)의 뒤를 잇는 사회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책은 인류학적 통찰로 시들어가던 포스트모던 담론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전자 은하계`에서 살아갈 대중의 속성을 시대를 앞서 전망한 예언적 저서다.

이 책에서 마페졸리는 개인주의 신화에 종언을 고한다. 근대 이전이 공동체 사회였다면 근대는 개인의 시대이며, 이어 등장한 포스트모던 대중사회의 키워드는`부족`이다. 씨족, 혈족 중심의 고대 부족이 아니라 문화, 스포츠, 성(性), 종교 등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불규칙하게 재편되는 소집단들을 통해 새로운 부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즉 오늘날 대중사회에서 인간은 개인주의를 버리고 소집단들로 뭉치며 다시 부족화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부족은 언론계에도, 학계에도, 법조계에도 존재하며 학연과 지연에 따른 편 가르기 문화로도 나타난다. 또한 `일베`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특정 유명인에 대한 팬덤도 모두 부족화 현상의 단면일 수 있다. 분명 부족주의는 긍정적인 활력뿐 아니라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도 발산한다. 하지만 마페졸리는 다원주의, 수평적 네트워크, 감성적 연대, 촉각적 관계에 기반한 신부족주의에서 파괴하고 생성하는 창조적 힘을 재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신부족주의의 행위자는 근대적 주체, 합리적 성인이 아닌 `영원한 아이`이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디오니소스`다. 이 디오니소스는 삶의 아노미적인 것들, 유희적이고 무질서한 측면을 나타낸다.

“지나치게 합리화된 우리 사회, 그렇기에 살균된 사회, 필사적으로 모든 위험을 막아내려는 사회, 바로 그러한 사회 속으로 야만스러운 것이 되돌아온다. 바로 그것이 부족주의의 의미다.”(19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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