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의 관계는 뗄 수 없는 변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류 역사 속에는 반드시 동물의 이야기가 있다. 동물이 오락의 도구로서나 음식의 재료로서, 또 다른 용도로서 사람과 동물은 공생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인간은 항상 우월적 관계를 유지했다. 서양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이성`을 동물과 다른 인간 고유의 본성(本性)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인간이 우위에 있음을 주장했다. 동양의 유교사상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가진 도덕성(道德性)을 동물과 차별되는 우월성으로 봤다. “사람은 금수와 다르다”는 말은 동물과 사람을 차별 짓는 대표적 표현이다.

동물 애호가의 거센 반발을 받아 온 모피산업이 점차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 최근 전 세계 모피산업의 주도권을 잡아왔던 노르웨이가 2025년까지 모피농장을 전면 폐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모피농업은 1939년 약 2만개의 농장이 성업할 만큼 활발했다. 세계 제2의 생산국 지위를 유지했던 노르웨이 모피산업도 종국을 선언했다. 모피업 전면을 금지하는 유럽의 14번째 국가다. 노르웨이에서는 연간 170만 마리의 여우와 밍크가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되다 목숨을 잃었다. 잔인한 사업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던 동물보호단체들은 당연히 대환영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동물권의 승리`라 했다.

동물권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고 있으며 고통과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견해다. 1975년 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의식이 있는 존재인 동물을 인간이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인종차별과 같은 종자차별”이라 주장했다. 이후 각국에서는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1991년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졌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보호에서 복지로, 이젠 동물의 권리로 발전하는 시대 흐름이다.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자는 민간단체의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동물권의 영향력이 많이 커졌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