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 한다고 비판공세를 펼치고 있다. 1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 정권에는 유독 확정되지 않은 정책 많다”면서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다보니 부처 간에도 엇박자가 나고 부작용이 생기면서 아니면 말고 하는 무책임이 난무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에 대해서는 아직 살아있는 옵션이라 하고,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는 전면 재검토 한다고 하더니 어제는 군복무기간 마저 단축한다고 했다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발표했다며 정부여당이 오락가락 갈팡질팡 결정 장애를 겪는 장애를 앓는 것 아니냐고 야유했다.

한국당의 정책통인 함진규 정책위의장 역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관련, “전(前) 정부의 불통을 비판하면서 그토록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가 제대로 된 국민 의견수렴 과정 없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불쑥불쑥 발표했다가, 문제가 불거지고 거센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서둘러서 백기투항하거나 미봉책으로 슬그머니 덮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책 신뢰도는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사드나 원전사례를 들면서 “대통령이 분명히 실패한, 잘못된 정책을 우리 국민과 한국당이 뒤집어놓아서 바로 잡은 것”이라고 자평한 뒤 “원전과 사드는 다시 부활이 됐는 데, 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것을 사과하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한국당의 주장대로 최근 정부여당 정책 가운데 재검토하게 되거나 연기, 또는 폐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30일동안 20만명 이상 추천을 받아 정부 또는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문제를 비롯해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아동수당 지급문제, 군복무기간 단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묵은 주제로는 사드나 탈원전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의 지적이 옳다. 필자도 여당과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생각나는대로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정책이란 것이 부작용이나 반작용을 생각 않고 즉흥적으로 내놨다가 반발이 나오면 다시 뒤집는 식으로 이랬다저랬다 한다면 큰 문제다. `준비된 정권`이면 해선 안될 행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지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논란이 된 정책들은 대개 야당이나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재검토하게 됐거나 연기, 또는 폐기한 정책들이다. 따라서 이런 비판이 성립하게 된 것도 정부가 자신의 정책을 고집하지 않고 태도를 바꾸었기 때문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정부여당이 정책을 내놓고도 야당이나 국민의 반박이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정책을 좀 더 보완하거나 시간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판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예전 정부와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이른 바 `불통 정부`라는 비판을 들을만큼 야당과 국민들이 뭐라하든 싸그리 무시하는 자세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니 그 끝도 좋지못했다. 옛말에 `십 년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權不十年 花無十日紅)고 했다. 이 정부는 `쇼통`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민여론을 귀담아 듣는 노력을 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은 평가해줄만 한 것 아닌가 싶다.

어제의 여당이었던 한국당도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무작정 깎아내리려고만 해선 안 된다. 오락가락하게 된 원인의 일정 부분은 야당의 비판에 여당이 귀 기울여 벌어진 일들이 아닌가. 앞으로는 야당도 여당이 잘한 것은 잘했다 평가해주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논리로써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자세가 팔요하다. 여당도 향후 어떤 정책을 발표할 때는 특히,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충실히 들어 보완한 뒤 발표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게 민주주의의 요체인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