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비트코인은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디지털 통화)다. 젊은 세대가 노동의 가치를 버리고 한탕주의에 빠졌다. 2030 젊은 세대의 비트코인 열풍에 일부에서는 걱정과 탄식이 터져 나온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로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으나 반대를 원하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이 넘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 화폐에 빠져드는 현상이 그만큼 강력하다고 보겠다.

이런 투기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왔다. `저는 문재인 정부를 뽑을 때 드디어 사람답게 살 수 있겠구나, 가슴이 부풀었지만 여전히 겨울 되면 보일러 비용 아끼려 전기장판 틀어야 되고 여름 되면 에어컨 비용 아까워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부디 대한민국에서 처음 가져본 행복과 꿈을 빼앗지 말아주세요.`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안을 내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청원이다.

이러한 현상에 빠진 2030세대에게 물어보면 `노동으로 언제 돈 버나` `비트코인이 나를 사표 내게 만들어줄 것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로 제 꿈은 건물주가 되는 거다. 비트코인은, 나를 건물주로 올려줄 꿈의 사다리다. 한방만 터지면 미련 없이 퇴사 인증하겠다.`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연봉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는다. 이렇게 투자하는 이유는 지금 연봉으로는 뼈 빠지게 일해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확천금을 기다리고 모든 걸 걸고 투자하는 것이다.` `코인 판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나. 여기선 아버지가 누구이며 배경이 누군지 안 물어.` 젊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코인판(가상화폐 시장)만큼 공정한 게 어디 있느냐고 주장한다. 신분제가 공고한 사회에서 투자로 버는 가상화폐 시장이 오히려 공정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 한 세기동안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되어 미군정, 6·25 동란, 5·16 군사정변을 겪으며 초고속 경제성장 등 세계에서 가장 급변한 나라로 꼽힌다. 특히 가치규범의 급변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역사와 전통이 짓밟히는 한편 나라 패망의 요인을 조선의 봉건국가 탓으로 돌리면서 우리 스스로 역사와 전통을 짓밟았다. 또한 초고속 경제성장에 따른 득은 1%의 그들 몫이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의 대가는 국민의 몫이었다. 이 결과가 사회 양극화인 것이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며 부익부빈익빈 현상으로 고착화되면서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기득권층을 제외하고는 서민들은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 `대물림가난` 이다.

천민자본과 권력의 갑질에 매질당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오늘날 젊은이들은 `가난의 대물림`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으려는 그 의식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인으로 인해 부의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마지막 기회라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상화폐 한 종류인 이더리움 창시자 사진을 걸어놓고 신처럼 떠받드는 모습의 사진도 있다. `내 삶에 구원을 줬다.`는 의미다. 5천만 원은 있어도 흙수저요, 몽땅 다 잃어도 흙수저인 것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개천에서 용이 아예 날 수 없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직장에 들어가 저축을 열심히 해도 금수저가 될 수는 없다. 즉 아버지의 가난이 내게로, 그리고 내 자식들에게 대물림 되는 게 현실이다. 자살률 1위, 최악의 부정·부패국가, 공권력에 대한 최고의 불신 등을 비롯해 삶의 질이 전쟁 중인 나라보다도 못하게 된 것이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상징적이다.

정부에서는 국민소득 3만 불을 운운하나 선진국 기준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고 나라의 경제규모만 크면 선진국인 줄 아나. 이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물신주의와 출세주의만을 조장시킨다. 한국의 사회신뢰도는 OECD 최하위권이다. 따라서 국민소득이야말로 서민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인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되겠다고 몸부림치는 젊은 세대의 지금의 가상화폐 돌풍이 우리 사회를 잘 투영하고 있다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