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길 녀

토요일의 은행창구에서는 방울방울 빗물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커다란 우산 속에 제 몸을 구겨넣으며 자동문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지친 걸음들은 은행 앞 튜립나무에 오렌지 등불 같은 웃음을 방울방울 매달아 놓고 우산 속에 사람들을 불러모아 쨍그랑거리는 우물 속 제 모습만 훔쳐보게 했다

은행창구 앞에 웅크린 사람들을 시인은 우물에 빠진 사람들로 표현하는 발랄한 시상을 펼치고 있다. 건강한 서민들의 모습, 그들의 건강한 웃음과 삶의 모습들을 풍경화처럼 그려내면서 그 속에 흐르는 해맑은 미소와 따스한 인간미 같은 것을 끄집어 내 보여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