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인·소상공인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나온 애로 및 건의사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임대인의 상권내몰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재건축 등으로 인해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상류층이 낙후됐던 구도심의 주거지로 유입되고, 이에 따라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이른다. 이 현상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본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렇게 진행된다. 도시의 규모가 작을 때 주거지역은 도심에 위치한다. 그러나 점차 도시가 확대되면 도심에서는 상업과 업무 기능이 확대되고,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부유층은 교외로 주거지를 옮긴다. 도심 주변에 남은 주거지역은 노동자들의 거처로 사용되다가 노후화되면서 도시 빈민이나 부랑자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바뀌며 점차 황폐해진다. 그러다가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개성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본격 진행된다. 즉,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이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 그 결과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이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되고, 동네는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된다. 예컨대 2000년대 이후 서울의 종로구 서촌을 비롯해 홍익대 인근, 망원동, 상수동, 경리단길,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자본주의의 불편한 진실의 한 조각일 수 있다. 정부가 하루빨리 임대인 상권 내몰림현상 등 도심재개발 부작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주길 기대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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