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br /><br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영화 `1987`을 보았다. 뼈아픈 희생들이 있었지만, 힘없는 시민들의 함성은 모두에게 마침내 가슴벅찬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직선제 개헌을 시민의 힘으로 일구어 내었고 이로써 한국현대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그런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우리는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88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은 그야말로 쑥 자랐던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2017년의 기억이 뚜렷하다. 이번에도 시민의 힘으로 가슴벅찬 일을 해 내었다. 구습에 찌든 정권을 몰아내었으며 시대정신과 함께 할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여러 모로 아직 그 평가는 이르겠으나 국민의 기대는 아직 살아있는 셈이다. 이같은 기억과 기대가 아직도 생생한 지금,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 있다. 1987년의 기억을 배경으로 펼쳤던 서울올림픽과 2017년의 기억을 배경으로 펼쳐질 평창올림픽이 절묘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 평창올림픽에는 `남북관계`라는 또 하나의 시금석이 더하여 졌다. 북한의 김정은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북한선수단이 참여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간 얼어붙었던 관계를 당장이라도 녹여줄 듯한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로써 평창올림픽을 해빙의 계기로 만들고 `평화올림픽`으로 성사시켜 갈 일을 고심하며 남북이 머리를 맞대는 일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삼수 끝에 유치한 것이라 올림픽 그 자체로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며 국가적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이지만, 북한의 참여를 순조롭게 잘 이끌어 내면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도 매우 의미깊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서 새로운 기대가 더해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올림픽과 남북관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몰아가야 하는 형국인 셈이다. 올림픽도 성과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특단의 노력을 들여야 하겠지만, 북한이라는 어려운 상대가 있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설정을 통하여 동북아지역이 평화로운 기운을 회복하게 하려먼 참으로 지난한 수고가 더해져야 할 일인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바가 있을 것이며 북한의 계산이 또한 있을 터이다. 그리고 국내외에서 이를 두고 던지는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들을 지혜롭게 극복하며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올림픽과 남북관계를 모두 잘 치러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올림픽을 유치한 주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치와 이를 함께 축하하며 동반자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며 참여하는 북한의 자리를 함께 존중하면서 나라와 국민이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려 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평창올림픽은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2020년 하계올림픽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며, 2022년 동계올림픽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이들 세 번의 올림픽들이 연이어 동북아시아에서 열리는 일을 두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이 지역에 새로운 평화의 기운과 발전의 기틀을 불러오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터이다. 그 일의 선두주자로 나선 대한민국이 그 첫 관문을 잘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참여로 그런 기운이 더해질 확률도 높아진 셈이다. 이제 우리는 1988년의 기억을 새롭게 불러와 2018년의 성공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나라 안의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내었던 국민의 힘과 열정을 다시 살려내어 또 한번의 국운상승의 토대를 가꾸어가야 하는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세계인들에게 이 나라를 더욱 기억하게 하였다면, 평창올림픽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놀라움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각인하게 하여야 한다. 이 일에 북한이 함께 하므로, 보다 깊은 의미가 새겨지기를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