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주택 폭락 예상과 달리
호가만 오르고 거래는 절벽
대출·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실수요 매도·매수도 길 막혀
보유세 인상 등 대책도 예고
시장 안정화 대책 서둘러야

지방 주택시장이 혼란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발 아파트 폭등 소식과는 달리 지방 아파트 시장은 하락세임에도 호가는 상승하는 심각한 거래절벽 현상을 보이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지역은 비인기 지역은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매수자들이 몰리는 인기 지역은 호가만 상승하는 등 거래절벽에다 대출규제 등 거래를 막는 그물이 겹겹이 쳐져 실수요자들이 적정가격에도 매수에 적극 가담하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0월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서 시세보다 상당히 낮게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대구의 인기 주거지역인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는 7억원 정도이지만, 네이버 부동산 시세 등에서는 여전히 8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범어동 아파트 역시 5억원의 거래가가 형성되고 있지만, 시세판에는 6억원을 넘는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겉으로 드라나는 시세와 실거래가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 기현상이 3개월여 지속되고 있다.

수성구의 경우 인기학군 지역으로 이른바 학군맹모(孟母)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시세보다 낮게 이뤄지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해 실거래가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의 귀띔이다. 이는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대구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수성구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적용되고 있는 대출규제로 젊은층 등 실수요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전액 현금이 있어야 거래를 할 수 있는데다 집을 구입하더라도 자금출처까지 소명해야 하는 이중고로 인해 아파트 구입은 그림의 떡이 된지 오래다.

지난 해 발표된 8·2 부동산정책이 시행되기 전에는 이미 대출받은 금액만큼 매도자가 승계할 수도 있었지만, 정부의 대책발표 이후에는 이마저 막혔다. 승계를 하더라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강화로 과거의 50%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는 등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사게 하는 정책이 되고 있다. 하반기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치마저 도입되면 소득심사가 더 까다로워져 점점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에 어려움을 줄 전망이다.

과거 부동산 구입시에는 공시지가에서 1금융권을 통해 저금리로 최저 50%, 제2금융권까지 이용하면 구매금액의 80%까지 대출을 일으킬수 있었다. 이런 사정과 비교하면 최근의 잇단 규제 강화는 정부가 의도하는 실수요자의 주거안정 대책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강남 잡으려나 지방주택업계 다 죽인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나친 대출규제가 결국 소득이 있는 실수요자도 지방 주택시장에서 구매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적절한 보완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주택자 규제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똘똘한 한채`보유를 노리는 구매수요로 인해 아파트값이 갑자기 억대의 상승세를 보이는 국지적인 예외현상과 달리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한 지방은 호가는 유지하되 하락세가 전망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가 내놓을 매물도 막바지에 이르러 인기지역을 노리는 매수·매도자들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4월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앞두고 중도금 납부 등을 감안할 때 이달 말까지가 아파트 등 집을 처분할수 있는 실제 기간이다. 매도를 하지 못한 다주택자들은 호가상승에 따라 매수자의 발길이 끊겨 세금폭탄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매수자들은 호가만 높이 걸쳐져 있어 적절한 가격대의 매물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지역 분양업계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규제로 미분양이 날 것을 우려해 그나마 올 하반기 분양 계획을 세운 건설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정부의 동향을 살피며 분양 계획을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6일 한 방송에 출연, 다주택자의 보유세 강화와 관련해 타당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더라도 보유세 강화 등 지방 주택업계를 꽁꽁 얼려버릴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을 우려하며 동작그만 상태에 들어갔다.

이진우 부동산자산연구소장은 “정부가 집값 안정과 주거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세금 및 대출 완화 등 적절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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