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 석

나는 은어를 본다

물의 힘줄 속에 그것들의 길이 있다

물의 힘줄을 은어들이 당겨 탱탱해진다

나는 은어를 본다

강의 힘줄이 내 늑간근에도 느껴진다

그 밖에 중요한 것은 없다

나는 은어를 본다

언어에 기대어서

이건 물론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강의 힘줄을 풀어놓느냐

강에는 은어가 올라와야 한다

그 밖에 중요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대가천을 오르는 은어떼를 보면서 시인은 인간의 일들을 생각하고 있음을 본다. 은어들이 사력을 다해 강을 오른 일은 당연한 일이면서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의미와 가치는 반드시 옹호되어야 하고, 사력을 다해 지켜지고 이뤄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