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한국경제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시정을 요구하는 미국에 신경을 써야 할까? 아니면 우리에게 사드(THAAD) 보복을 안겨 준 중국의 비위를 맞춰야 할까? 물건을 팔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려운 질문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것이 현명하다.

미국인들이 한국 물건을 사 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들 입장에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충분한 경쟁을 거쳐 미국에 수출한다. 또 양국의 교역이 이미 개방되어 있는 가운데 한미 FTA도 수출 경쟁력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트럼프가 한국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억지를 부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비위를 맞춘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소비자 취향이 비슷해 우리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는 곳이다. 본래 수출은 인근 국가가 주력시장이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시장이 작았기 때문에 미국, 유럽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았을 뿐이다. 이제 투자자들도 본격적으로 소비가 성장하는 중국 등 아시아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얼마 전 중국의 경호원이 한국 기자를 폭행한 사건이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과연 미국이나 일본기자였어도 그렇게 때렸을까?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가볍게 보고 있음을 확인하는 사건이었고 사드 배치 후 중국인들의 “감히 너희가 어떻게….”라는 태도는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중국인들에게 맞서 화를 내는 것이 현명한 태도는 아니다. 한국인들이 얕잡아 볼 수 없는 상대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이미 중국에서 화장품, 드라마 등 한류의 바람이 불었었다. 세계적인 콘텐츠 스트리밍(streaming) 플랫폼인 넷플릭스(Netflix)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드라마를 한국에서 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 제작사 투자에 관심이 생겼지만 그 시장규모는 좀 작았다. 이에 비해 영화는 중국에서 한 편만 인기몰이를 해도 1조원에 달하는 판매수익을 거둘 수 있을 정도다.

중국인들은 예전에 할리우드 영화를 봤었다. 그 이유는 중국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중국인 정서에 맞는 영화가 등장하자 할리우드 영화가 밀려나는 상황이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을 만든 스탠리(Stan Lee) 감독도 한국의 김용화 감독과 공동작업 제의를 했다. 그는 최근 상영중인 `신과 함께`를 만든 사람이다.

영화 `신과 함께`는 중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두가지 요소를 다 갖고 있다. 먼저 눈물 샘을 자극하고 있고 또한 탁월한 컴퓨터 그래픽을 선보였다. 스티브 잡스도 애플로 돌아가기 전 픽사(Pixar)라는 영화 스튜디오를 운영했었고 여기서 컴퓨터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빅히트 작품을 탄생시켰던 것이 기억난다. 이제 컴퓨터 그래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해진 것 같다. 투자에 있어서도 여기에 특화된 영화제작사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의 음식료도 중국에 보급되고 있다. 사실 음식료는 국가간 취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중국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중국 여행객들이 한국을 다녀간 후 한국의 매운 라면 맛에 점차 익숙해졌다. 특히 매운 맛은 중독성이 있고, 동남아에서는 매운 맛이 오히려 인기가 높다.

중국도 도시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라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의 라면 브랜드인 강사부라면이 2014년 대만에서 불량 식용유를 쓰다가 적발되어 대만에서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그리고 그 나쁜 이미지가 지금 중국 본토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라면업체들에게는 분명히 기회일 것이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의 영화제작소, 그리고 라면업체들에 기대를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