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이 불고 있는 한국의 가상화폐시장 대책을 놓고 정부부처가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아동수당과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문제를 놓고도 갈지자 행보를 보여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사드배치 관련 현안, 법인세 인상문제 등에 대해서도 부처 장관과 청와대가 딴 목소리를 낸 일도 있었다.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이 같은 오락가락 행태는 하루빨리 그 핵심원인을 찾아내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는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한 거래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다. 거래소 폐지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해 난리법석이 났다. 박 장관의 발언이 보도되자마자 가상화폐들은 일제히 폭락했다.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부처 간 조율된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 찬물을 더 끼얹었다.

20~40대가 주축인 300만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까지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김동연 부총리는 12일 “가상화폐 규제에 전 부처가 공감하고 있지만 거래소 폐쇄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수습에 나선 형국이다. 논란은 즉각 정치권으로 옮겨 붙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멀쩡하던 가상화폐 시장을 청와대와 법무부가 들쑤셔 롤러코스터 도박장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도 “거시적 안목 없이 단타성 정책을 발표하는 정부가 오히려 시장교란 세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논평에서 “국민 우롱”이라고 성토했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통화가 국제시세보다 30~50% 비싸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이유는 투기성 짙은 한국 특유의 투자문화, 최악의 청년실업난 등 복합적이다. 지금부터라도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잡고 투자자들의 퇴로를 열어 줄 의연한 조치가 수반되는 슬기로운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청와대의 즉각적인 개입으로 논란의 단초를 만든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졸지에 무장해제된 것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장관의 말을 청와대가 뒤집는 일이 반복되면서 `장관중심 국정`을 누차 다짐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식언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일각의 주장처럼, 청와대가 지지자들의 반발 때문에 핵심 정책을 뒤집은 것이라면 더 심각한 일이다. 누가 뭐래도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장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놓고 이처럼 소홀한 대응을 지속한다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실망은 더욱 깊어질 게 빤하다. 정책 혼선과 부실의 근본원인을 찾아내어 정책관리 메커니즘을 정비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