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가 수

어둠속의 바다가 소리친다

새벽마다 일어서는 산들이

저마다 몸살을 앓는다

항상 소리없이 강이 흐르고

머리풀은 산들바람이

들녘을 가로질러 가면

하늘보고 물구나무선

가을저녁 한때의

향수가 희미하게 지워지고

저만큼

시간이 발움해 가는

언덕 아래로 조용히

빈 수레가 굴러간다

시인의 눈에 비친 풍경은 쓸쓸함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소리없이 강이 흐르는 가을 저녁 한 때는 간절히 그리움이 깊어지는 때다. 가을바람에 흩날려 가버리는 것 같은 시간들이 속절없이 지나가는 덧없는 시간의 언덕 아래로 빈 수레가 굴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빛이 허허롭기 짝이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