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 지방선거에서의 개헌안 동시선거 의지를 천명했다. 국회가 서두르지 않으면 정부가 조기에 개헌안을 내놓겠다고 하기도 했다. 지방분권 개헌의 의지도 밝혔고, 여의치 않을 경우 순차적 개헌 가능성도 내비쳤다. 정치권이 더 이상 힘겨루기를 지속하지 말고 개헌안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여야 모두 정략적으로 접근하며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사심 없는 접근으로 최선을 다해 합의안을 만드는 일에 매진할 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유질의답변 형식으로 진행한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문제와 관련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며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방정부들은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고 오히려 중앙정치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지방정부가 메워주고 있다”면서 “지방정부가 자치권과 분권을 확대해 나간다면 지방정부는 주민들을 위해 보다 밀착하면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억제하면서 지방이 피폐해지는 공동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지방분권형 개헌 의지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 관련 언급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정부형태 등에 대해)하나의 합의를 이루어낼 수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한 개헌은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단계적 개헌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다.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부분은 뒤로 미루고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개헌작업을 먼저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회가 문제다. 문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노골적으로 문재인 개헌을 준비하겠다는 오만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대통령의 개헌 언급은 환영하나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은 앙꼬 빠진 찐빵”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이념성향 표출 또는 당리당략적 비토가 가장 고약한 걸림돌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무리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에 손을 대는 등 진보적인 색채를 강화한 내용의 자문안을 들이미는 행동 따위는 백해무익하다. 문 대통령이 순차개헌 가능성까지 언급한 만큼 한국당도 개헌논의 자체를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지방분권형 헌법, 국민기본권 확장 등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차분하게 합의해나가는 것이 순리다. 새로 만들어질 헌법은 특정 세력만의 법이 아닌 국민 모두의 헌법이자, 미래를 담보하는 기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투철한 역사의식으로 무장하고 마주 앉아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