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이 11시간 동안의 회의 끝에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마무리됐다. 공동보도문은 오는 2월 치러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고, 군사당국회담과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회담을 개최해나가자는 것이 그 내용이다. 대화의 물꼬를 튼 성과도 있지만 궁극 목표인 `비핵화`와 관련해서 남긴 숙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날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남북은 이와 함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과 남북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회담결과에 대해 여야 정당들은 엇갈린 반응들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2년여만의 자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호평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는 북한에 핵과 미사일 완성을 위한 시간만 벌어주는 회담이 아닌지 근원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민족문제는 민족끼리 푼다`는 대목에 대해서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포괄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공동보도문에 이산가족 상봉이나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했던 바는 아니나, 이날 남북회담에서 북측은 `비핵화`라는 단어에 대해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 종결회의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치 않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신경질적인 발언을 내놨다.

북한의 이번 대화공세가 평창을 방패막이로 국제적 제재공세와 미국의 군사옵션 예봉을 꺾고, 핵미사일 완성의 시간을 벌려는 계략이라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식에 속한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사명을 지켜야겠지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가장 절실한 지상명제는 `비핵화`라는 사실을 어떤 경우에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대화 재개`라는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절대로 걸려들지 말아야 할 함정들을 더욱 철두철미하게 살펴야 한다. 저들의 대화공세 뒤에 반드시 무언가 흉계가 있다는 사실은 역사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결과가 평창올림픽 현장에서 태극기만 사라지고, 엉뚱하게도 북한의 체제선전장이 펼쳐지는 참사로 귀결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혈맹 미국의 우려처럼, 어떻게든 한미동맹을 부수려는 저들의 속셈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