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신 선

어느 시간은 그 주검 벗어나 저희끼리 며칠째 희희낙락 가고 있고

어느 시간은

헌 육신 속에 둥글게 안을 파고 들어가

텅 비워지는

내 시골에 돌아가 살리

새로 핀 앵두꽃들로 세상을 환하게 갈아입히며

또는 폐정(廢井) 속 아직도 깊은 밑바닥에서 울렁이는 관능들을

서리서리 또아리 튼 새벽 물빛들을 길으며

시골에 살리

공동체적 삶과 전통주의가 살아있는 공간이 시골이 아닐까. 유년의 추억과 소중한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으로 돌아가 살고 싶어하는 시인의 바람을 본다. 단절과 폐쇄의 공간인 도심을 떠나 푸근하고 넉넉한 사람의 정이 서린 고향으로 회귀하겠다는 시인의 겸허한 목소리에 공감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