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암

두통을 앓는 바다는

셔터를 굳게 내린 약국 앞을 서성이는데

청년회의소 마당 팽나무 가지에는

둥 둥

불 밝힌 창문 하나 떠 있다

촘촘히 기댄 어깨너머로

푸른 청단이 일어서고

붉은 홍단이 익어가고

출출한 허기를 향해 야식이 배달되는

저 따뜻한 시절

마지막 뉴스가

또박또박 기름값을 인상하기 전에

개들이 컹컹컹 짖는 마당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

우뚝 멈추어라 자정이여

자정이 가까워지는 포구, 구룡포의 무심한 한 밤 풍경을 그려내는 시인의 마음이 허허롭기 짝이없다. 흉어의 바다, 가난과 결핍이 쌓여가는 항구의 사람들, 시간을 견디며 화투를 치는 사람들, 기름값을 또 인상시킨다는 자정의 TV뉴스. 이런 쓸쓸한 풍경들을 그려내면서 시인은 정겨운 사람냄새 번져가고 훈훈하고 따스한 그래서 살만한 세상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