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장덕철, 입소문 탄 `그날처럼` 7개 차트 석권… “실감 안나”

▲ `그날처럼`으로 차트 1위 휩쓴 그룹 장덕철(왼쪽부터 장중혁, 덕인, 임철)./리메즈엔터테인먼트 제공
“멍하고 실감이 안 나서 매시간 차트를 보게 되더라고요.”

지난해 11월 28일 공개된 3인조 그룹 장덕철(장중혁 24, 덕인 25, 임철 28)의 `그날처럼`이 지난 6일 멜론 차트 1위로 올라섰다.

공개 당시 멜론 96위로 진입한 이 곡은 순위가 서서히 상승하며 `역주행`하더니 7일에는 멜론을 비롯한 7개 차트 정상을 밟았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난 `물밑 가수`의 파란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데뷔 3년 만의 결실에 대해 “음악에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순위를 바라고 노래한 것은 아니기에 10위권씩 올라갈 때마다 신기했다”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바이럴이 도약의 발판이 됐지만, 덕인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심경을 녹인 가사가 큰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페이스북에서 덕인이 동네 술집에서 `그날처럼`을 부르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떼창`하는 휴대전화 영상과 멤버들의 버스킹 영상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영상들이 화제가 되면서 `그날처럼`은 30~40위권에 안착했고, 가수 미교가 이 노래를 개사해 부른 답가 버전까지 회자되면서 10위권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SNS에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콘텐츠 중 이 노래가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멤버들의 가창력과 노랫말의 힘이 컸다. `그날처럼`은 덕인과 장중혁이 작곡하고 덕인이 자신의 이별 경험을 녹여 작사한 발라드.

덕인은 `날 보는 네 눈이 좋아서/ 얼굴 붉히며 딴청 피던/ 아름답던 그 날처럼`을 핵심 가사로 꼽았다.

덕인은 “여자친구와 1년 반 정도 교제하다가 현실적인 문제로 서로 지쳐서 헤어졌다”며 “음악으로는 수입이 안정되지 않았고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에 괴리감을 느끼며 술을 많이 먹자 여자친구가 떠나갔다. 옛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쓴 노래”라고 설명했다.

장중혁은 고음, 덕인은 중음, 임철은 저음이 강점으로 음역대가 다른 이들이 뭉친 것은 2014년이었다.

덕인은 “2014년 여름 홍대 인근의 칠성포차에서 만나 도원결의를 했다”며 “내 중학교 동창의 친구가 중혁이었고, 며칠 뒤 임철 형을 지인에게 소개받았다. 처음에는 회사 없이 우리끼리 만나서 공연하고 음반을 냈다”고 말했다.

음악을 향한 의지 외에는 이전까지 이들의 삶에 교집합은 없었다.

24살 때부터 쇼핑몰과 게스트하우스 등 여러 사업을 한 임철은 `사장`이 되고 싶었던 첫 꿈을 이루자 음악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했다. 아이돌을 꿈꿨던 덕인은 틴탑 멤버를 뽑는 오디션을 비롯해 YG 등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2차 성징을 겪으며 수염이 많이 자라는 것을 보며 아이돌을 포기했다”고 웃은 덕인은 고2 때부터 작곡을 시작해 2012년 솔로곡을 냈으며 힙합그룹 센시티브로 활동하고, 엠넷 `쇼미더머니 2`에 도전해 스윙스와 붙기도 했다. 김건모를 롤모델로 스티비 원더 등 흑인 음악에 심취한 장중혁은 고교 시절부터 음악을 공부했고, 작곡가 음반에 참여해 `오늘 같은 날`을 발표하기도 했다.

각자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따서 장덕철이란 팀을 만든 이들은 기획사 없이 2015년 1월 데뷔 싱글 `그때, 우리로`를 시작으로 2016년 1월 `메모리스`(Memoless)까지 넉 장의 싱글을 발표했다. `그날처럼`은 지난해 리메즈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낸 첫 싱글이었다.

덕인은 “처음에는 쓰리보이즈, 삼색볼펜 등 여러 팀명이 거론됐다”고 웃었다.

임철은 “기획사가 없어 행사비로 음반을 제작하고 내가 홍보 비용을 투자해 활동을 이어갔다”며 “군인 1천500명이 모인 철원 다슬기축제와 전복과 홍어를 행사비로 받은 제주 검은모래해변축제도 기억에 남는다. 행사를 꽤 많이 하던 물밑 가수였는데 이제 한걸음씩 우리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여러 번 해체 위기도 겪었다고 한다.

멤버들은 “셋의 성격과 지향하는 바가 달라 술을 마시면 격론을 벌이다가 다퉜다”며 “결국 싸우다가 부둥켜안고 운 적도 있다. 팀을 유지하기 위해 나를 죽이고 배려하는 노력을 많이 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덕인은 “그래도 멤버들이 파트 욕심이 없어서 서로 양보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갓덕철`이란 칭찬에 무척 기분이 좋았다는 이들은 싱어송라이터 그룹이지만 앞으로 다재다능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 방송활동에도 의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철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싶다”고했고, 요리를 좋아하는 덕인은 “EBS 요리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 한 곡만 뜨고 사라지는 `원 히트 원더`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성 6개월 만에 이런 순위를 얻었다면 의지가 상실됐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조용히 꾸준히 상승했고, 그 결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죠. 사랑해주신 분들 덕에 갈증이 조금은 해소됐고, 작업해둔 곡들도 많아 꾸준히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