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영재포항예총회장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가 저물고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송년행사가 겹쳐서 바쁘던 중 감기몸살이란 불청객을 맞았다. 빨리 회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사도 맞고, 수액도 맞으며 기력을 되찾으려 애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새해 해맞이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개띠 해라 무술생인 필자에게 각별할 수도 있는데, 하필이면 이때 집에서 해를 맞으니 건강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 계기도 됐다.

어쨌거나 이번 송구영신은 `장군이`와 함께 했다. 장군이는 개를 싫어하던 필자와 함께 생활한 지 벌써 5년이 지나 이제는 어엿한 가족 행세(?)를 하는 반려견이다. 손자 자랑은 만원내고 하고 개자랑은 십만원 내고 한다니 자랑할 처지는 아니나 개띠해가 됐으니 견공 얘기를 해볼까 한다.

여러 동물들 중 개는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며 우리 문화에서 주인에게 복종하는 충복의 이미지가 강해 집지키는 일은 물론이며 어려움에 처한 주인을 기적처럼 구해낸 미담도 여러 가지 전해지고 있는 영물이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잡귀를 막는 용도로 대문에 붙이는 그림인 `문배도`에 개 그림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개에 대한 비하 또한 만만치 않다. “개만도 못한….”이라며 개를 원천적 비하대상으로 여기거나 개판, 개소리, 개털 등 개를 빗대서 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요즘 청소년들은 아무 말에나 앞에 `개`자를 붙여 그 의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접두사로 개자를 붙여 부정적인 의미를 더욱 강하게 하는가하면 긍정적인 곳에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억지로 그 어감을 강조하는 언어파괴의 경우도 있다.

혼밥, 혼술 등 개인주의 경향이 뚜렷한 오늘날, 외로움을 반려동물과 함께 나누는 인구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반려견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곳곳에 펫마트가 성업 중이고 반려동물 이야기를 다루는 TV프로그램도 다양하여 지상파의 `TV동물농장`이나 케이블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은 상당한 시청률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세태가 반영된 듯 올해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는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개훈련사가 초대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개의 해에 `58년 개띠`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밝혔듯 필자 또한 그 유명한 개띠라 우리나라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으며 청춘을 보낸 세대이다. 흔히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여서 `개 떼처럼 많다`보니 삶에 휘둘리느라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치열하게 살았는데, 뒤돌아보니 과연 그랬구나 싶기도 하다. 민주화 과정에 난무하는 최루가스를 맡으며 보내던 대학시절에도, 눈부신 경제성장의 현장에서도, IMF라는 절망의 늪에서도 스스로의 안위와 더불어 언제나 가족과 나라의 미래에 대한 염려가 습관처럼 내면에 함께하던 세대가 아니었던가.

제임스 서버의 `견공예찬`은 출생 후 6주일간만 새끼에게 지극정성을 다하고, 그 이후에는 완전히 남처럼 매몰차게 대하는 견공을 예찬한 단편이다.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하는 사람과는 달리 삶의 환경이 다른 견공들의 생존방식을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가르치는 지혜에 공감해야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다. 요즘 청소년들의 나약한 모습을 보면 80여 년 전 작가의 안목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이 되도록 취업을 못하여 마음고생 중인 딸아이가 걱정인데, 동년배인 가까운 후배의 아들이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길래 비결을 물으니 대답이 재미있다. 방치, 아들을 방치했다고 한다. 아버지 믿고 있다가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으니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

개띠 해 아침에 개로부터 비롯된 교훈이 많다. 개에게는 명품 가방도 넓은 아파트도 필요 없다. 그저 마음만 열면 개는 충심으로 당신을 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