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해 북 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로 유엔의 대북 제재는 더욱 강화됐다. 김정은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했고,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조성됐다. 그러나 김정은의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를 시사한 신년사는 이러한 상황을 급변시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남북 회담 제의에 리선근 북한 조평통 위원장은 1월 9일 판문점의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로 화답했다. 약 2년 만에 재개되는 남북 회담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남북 회담 개최로 급변한 배경은 한마디로 남북한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합치됐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은 유엔 등 국제적 대북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자구적 전술이 필요했다. 북한 당국의 무한질주식 핵과 미사일 개발 정책은 세계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들의 전술 변화는 정책에 대한 자성이라기보다 일종의 현실적인 평화 전술의 선택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종래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핵보유를 위한 `벼랑 끝 전술`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북미 긴장 시점에서 국면전환용 평화 전술이 긴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종래의 통미봉남은 뒤로 미루고 통남봉미(通南封美)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북한의 대남 회담 재개 정책은 중국의 한반도 `대화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까지 보여 일거양득의 효과도 거둘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남북 회담 제의 역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 변화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문 대통령은 북핵 위기와 사드 배치의 갈등 상황에서도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운전석 론`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코리아 패싱이라는 현실 앞에 그의 역할 중시론은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보수 정권 9년의 대북 압박과 제재라는 강경정책만으로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유화 정책을 택한 것이다. 보수 정권 안보 위기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시의 `안보 무능론`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그 연장선에서 이번 대북 대화 정책을 선택하였는데 북한이 이에 적극 호응한 것이다.

이러한 남북의 대화 재개가 남북 관계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과 보수층에서는 북한의 회담 수락을 일종의 위장 전술이라고 불신하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진보적 입장에서는 남북의 회담 재개는 지극히 당연하며 그것이 종국적으로 북한의 변화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 그간의 미국의 평양 선제공격설이나 참수 작전설 등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경 봉쇄 정책만으로 성과를 내지 못할 때 현상을 잘 관리하면서도 정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이 대북 압박과 제재를 적절히 병행할 때 `북한의 변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2년 만에 재개되는 남북회담에서 남북 쌍방은 과거의 포용 정책의 교류 협력의 경험을 살려 실현가능한 문제부터 해결토록 합의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마침 한미 합동 군사훈련도 연기되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쉽게 합의할 것이다. 차후 군사회담을 통한 남북 간의 실질적인 긴장완화도 시급한 해결 과제이다. 남북의 이산가족 재회도 서둘러야 할 해결 과제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 공단의 재가동 문제 등도 필시 대두될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 유엔의 대북제재조치와 연계되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북한의 비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 연례 한미 군사훈련 등은 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는 풀기 힘든 퍼즐을 풀기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하여 회담에 적극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