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학 주

먼 데서 한 순간을 사납게 따르고 와서

앓는 가슴에 겨우 고인 고향의 얼음물 뒤로

자꾸 떠올려지는

보면 꿈이 바스러지는 눈빛과

너무 흉측하게 어둔 힘 틈에서

구르며 트이는 저 목소리들을

어떻게 이렇게나 견딜 수 있는 건가

아직도 비린 입들 때없이 끝없이

너울리는 얼음판에 변고(變故)로 찧게 두고

우리들, 다 큰 성대(聲帶)를 뜯어내 가는 시대의 핏물을

잦은 술처럼 어쩌면 삼켜낼 수 있는 건가

다친 산천은 마음에 잊히지 않고

오래 더럽히며 참는 시간은

집처럼 마구 지어진다

밥통과 통하는 창이나 겨우 내고 거기 들어 살고 있는 일이여

숨통은 끄고, 사람은 거짓으로 숨을 쉴 수 있는 동물이라는 건가

시인은 떠나온 삶의 힘겨움과 현재의 처절한 삶을 돌아보며 생의 무게를 토로하고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고향은 그 모든 상처들을 치유해주는 힐링의 공간이다. 그러나 시인에게는 그런 치유와 위로의 고향마저 상실해버린 듯하다. 생의 추억은 따라버리고 싶은 술잔과 같다는 어둡고 갑갑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