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와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던 5살짜리 아이를 부모가 폭행치사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건에다가 화마(火魔) 속에 3남매를 방치해 죽게 한 철없는 엄마 사건이 혀를 차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하다못해 짐승들도 제 새끼는 해치지 않는데 하물며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한탄한다.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커플들이 넘쳐나는 험궂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모교육` 강화 등 특단의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전북 군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준희(당시 5세)양은 지난해 4월25일 아버지와 내연녀의 폭행과 학대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아빠인 고 씨와 사실상 새 엄마였던 이 씨가 질병으로 고생하는 다섯 살배기 여자 아이에게 준 것은 `돌봄`이 아닌 `학대`였다. 결국 이 사건은 `실종사건`이 아니라 `아동폭행 및 시체유기 사건`이었다.

이들은 같은 달 20일부터 발달장애와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준희 양에게 적절한 치료는커녕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희 양이 사망하기 직전인 3월에도, 자신의 내연녀 이 씨를 힘들게 했다는 이유로 아이의 발목을 세게 짓밟았고 그 과정에서 딸이 심하게 다쳤지만 병원엔 데려가지 않았다는 기막힌 만행도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31일 광주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5살, 3살, 15개월된 삼남매가 목숨을 잃은 사건은 철없는 부모의 철없는 행동이 빚어낸 참사다. 화재 현장에 있던 삼남매의 친모인 23세의 A씨는 화재 현장을 빠져나와 혼자 살아났다. 불이 나면 자식을 먼저 구하는 게 정상적인 부모의 모습이다. 그런데 광주 화재사고는 친모만 목숨을 구했다.

A씨는 처음엔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 끄다가 화재가 났다고 진술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술에 취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잠든 거 같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확한 화재원인과 경위야 어떻든 간에 불 속에 자식을 남겨두고 혼자 탈출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자식을 때리고 방치해 숨지게 하고, 불이 난 집에 자식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엄마가 공존하는 사회가 어떻게 온전한 공동체일 것인가. `말세(末世)`라는 탄식이 생경하지 않을 만큼 충격이 크다. 부모의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 게 아니다. 돈 없다고, 집 없다고, 배운 게 없다고 해서 부모자격을 모두 내려놓지도 않는다. 금수(禽獸)보다도 못한 부모가 될 지도 모를 잠재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국가사회가 나서야 한다. `소정의 부모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커플에게는 아예 자식을 낳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시중의 목소리를 아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체계적인 `부모교육`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