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경북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성적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칠 만큼 부진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본업인 입법 활동에서 보여준 우리지역 국회의원의 부진한 성적을 보면서 작년 이맘때쯤 논란을 일으켰던 “모든 공직에 65세 정년제를 도입하자”는 더불어 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글이 문득 생각났다. 세계 최상급 특권과 혜택을 누린다는 우리의 국회의원은 과연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선출직에 대한 정년제 도입 주장은 참정권 제한의 위헌 소지로 논의 자체가 사실상 무리다.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일부 움직임 속에 연령에 제한을 두자는 의견은 노인폄하라는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킬 수 있어 이 주장은 앞으로도 재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시 이를 제기한 표 의원은 방송 출연에서 “노인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소수 특권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노년층이 사회 전반을 장악해 젊은 세대에게 권한을 넘겨주지 않는 현상을 바로 잡고자 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 당시 한 여론기관 조사에서 이 문제는 찬성쪽(54%)이 반대쪽(33%)보다 많이 나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조사기관 관계자는 이런 현상을 “대통령 탄핵사건 등을 거치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된 탓”으로 분석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정치권 스스로가 이런 불신의 벽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이념갈등과 세대갈등, 지역 간 불균형 등의 문제로 많이 혼란스럽다.

우리사회에 혼재한 각종 갈등을 풀 주체는 정치인이다. 그의 집합체가 바로 국회다. 먼훗날 되돌아 볼 기회가 있다면 지금 이순간이 그들에겐 역사적 소명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올 6월 지방선거에 전국에서 다수의 현역 국회의원이 시도 광역단체장에 나선다고 한다. 국회의원직을 마다하고 단체장 출마에 나서는 그들을 보는 유권자들은 그들의 그런 결정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굳이 말을 바꿔 타야하는 당위성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현실성 없는 선출직 정년제 얘기가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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