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신임 KBO 총재 취임식서 포부 밝혀
“구단·KBO, 힘 합쳐 연구와 노력을”

▲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운찬(71) 신임 총재는 3일 KBO 총재 취임식을통해 정식으로 한국프로야구 수장이 됐다.

그는 취임식에서 수차례 “한국프로야구의 산업화와 프로야구단의 비즈니스 모드정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KBO리그는 10개 구단, 2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 등 겉으로 보이는 규모는 최근몇 년간 큰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모기업 의존도가 높아 경제적 독립체가 되는 길은 요원하다.

정 총재는 이날 취임사에서 “프로야구가 모기업 홍보수단 역할을 거쳐, 이제는 팬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구단의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KBO가 힘을 합쳐 치열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에는 야구가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총재는 “어떤 구장에 가면 프로야구장 화장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청결하지 못하다. 구장에 따라 맛있는 음식도 먹기 힘들다. 지자체가 프로야구 구단으로부터 시설 임대료를 받는 건 잘못됐다”면서 “야구가 얼마나 시민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가. 지자체가 보조는 못 할망정 규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정 총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대해 이해가 깊다.

가장 인상 깊은 야구 경기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1977년 월드시리즈 레지 잭슨(뉴욕 양키스)의 3연타석 홈런을 답으로 내놓을 정도다.

그는 한국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한 성공 모델도 메이저리그에서 찾았다.

정 총재는 “14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최초로 100억 달러 매출을 달성, 11조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15년 연속 수익이 증대하고있다. 우리 KBO리그와 구단에 도움이 되는 제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바로 MLB.COM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산하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어드밴스드 미디어(MLBAM)가 운영하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중계부터 뉴스와 통계, 칼럼, 티켓, 마케팅 관련 상품까지 총괄한다.

버드 셀릭 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제각각이던 구단 홈페이지를 MLB.COM에 통합해 통합마케팅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메이저리그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다.

정 총재는 “취임 3년 차인 2020년에는 메이저리그 성공의 바탕이 된 MLB.COM처럼 KBO.COM으로 프로야구 통합마케팅이 이른 시일 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겠다”며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KBO.COM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설득해야 한다.

KBO.COM은 이미 수년 전부터 거론됐지만, 구단별로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라 지지부진하다.

규모가 작은 구단은 통합에 찬성하지만, 따로 티켓 예매 시스템까지 갖춘 인기 구단은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를 위해 정 총재는 구단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커미셔너`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유영구·구본능 등 앞선 2명의 총재는 무보수로 일했다.

정 총재는 앞서 “연봉을 받고 일할 것이며, KBO 수익 증대로 인센티브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정 총재는 “한국은 여전히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내가 잘해서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고 싶다고 한 것은 프로야구 산업화에 대한 기초가 되길 바라서”라고 했다.

역대 KBO 총재 가운데 인센티브를 받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정 총재가 자신의 취임 일성대로 임기 3년 내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한국프로야구가 그만큼 산업화에 가까워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