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가 연초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에는 `핵단추`로 위협하고 남한엔 `평창 대화`를 제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한·미를 갈라 치는 분리대응 전략으로 해석되는 김정은 신년사를 놓고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갈등의 진폭을 넓혀가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대북문제를 놓고 정치권이`감정적 논란`의 관성에 젖어드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협박했다. 이어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는 뜻밖의 용의를 밝혔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평창 대화`제의에 즉각적으로 환영했다. 박수현 청와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간의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북한이 함께 한다면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북 주도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김정은의 신년사에 반색하면서 대북 대화의 길을 열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북한의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일 “올림픽 참가는 환영하지만 북핵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김정은의 신년사는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한·미 사이를 이간질해 대한민국 안보를 무너뜨리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문제를 화두에 올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이라는 카드를 물고 들어온 전략적 화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치권이 이를 두고 지나치게 정쟁을 벌이는 것은 북한의 또 다른 노림수에 걸려드는 어리석은 반응이다. 특히 한미 공조에 균열이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북한은 한미동맹에 흠집을 내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목적 이외에 대륙간탄도탄(ICBM) 완성도를 높일 시간을 벌려고 하는 의도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기회는 기회대로 살리면서 위기에 철저히 대응하는 냉철한 이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며 다투는 정치권의 분란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