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베드로 대성당서 신년 미사 집전

▲ 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신년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교황은 가톨릭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한 이날 열린 신년 미사에서 이민자들과 난민들의 평화를 향한 희망을 짓눌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세상의 그늘진 곳을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고 말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8년 첫날 신년 미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과 평화의 소중함을 재차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이 지정한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한 지난 1일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신년 미사에서 “이민자들과 난민들의 평화를 향한 희망을 짓눌러서는 안 된다”는 신년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새해 첫날 이민자와 난민을 위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의 강론에서 4만여 명의 신자들을 향해 “평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다. 하지만, 이 기본적 권리를 위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길고도 위험한 여정에 목숨을 걸며 고통과 부담을 참아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덧붙여 교황은 “이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희망과 평화를 향한 기대를 억눌러서는 안 된다. 여러분들이 난민과 이민자, 우리 모두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민과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공존과 조화로운 삶은 민간단체와 교육기관, 교회 관계자 등이 함께 노력해야 풀어갈 수 있는 문제”라는 것도 교황의 강론에 담겼다.

지난 수년 간 아프리카 북부 등지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정착한 이민자는 수십 만 명에 이른다. 이어지는 내전과 개인의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가난이 그 이유였다. 이런 상황이니 이민자와 난민 문제는 전 유럽이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황은 지난 달 24일 성탄 전야 미사에서도 이민자들의 여정을 마리아가 남편 요셉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떠나 아기 예수를 낳을 곳을 찾아 헤맨 것에 비유했다. 이는 이민자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자신의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에 다름없다.

즉위한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난민 보호에 적극적 목소리를 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자들을 공포를 조장하는데 악용하는 정치인은 폭력과 인종주의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라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교황은 “매일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횡행하는 소비주의, 혼란스럽고 탁한 상업광고의 현혹, 진실이 담기지 않은 헛된 언어 등으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킬 수 있다”라고 강론했다. 이에 더해 “2018년에는 과거의 짐을 내려두고 진실로 중요한 일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권유했다.

새해 미사를 통해 난민과 이민자 보호의 메시지를 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연하장을 통해서는 전쟁의 참상을 경고했다.

CNN 등의 외신에 의하면 교황의 연하장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어린 형제의 사진이 실렸다. 연하장 뒷면에는 교황의 서명과 함께 `전쟁의 결과`라는 짧고도 강렬한 문장이 담겼다.

인쇄된 형제의 사진은 미 해군 사진사였던 조 오도넬이 촬영한 것으로 슬픈 표정의 한 소년이 원폭으로 사망한 동생을 등에 업고 화장터에 줄을 선 모습이다. 이와 관련 교황청은 핵 전쟁의 위험성과 비극성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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