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2017년이 가고 2018년이 왔다. 올해는 황금 개띠 해라고 한다. 기말고사를 치고, 성적 마감을 하고, 게재 결정이 된 논문들을 고쳐서 다시 보내고 등으로 한 학기 마무리를 정신없이 하고, 조금 쉬다 보니 어느 새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2018년 1월 1일이 되니 다들 서로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되라고 SNS로 그림을 보내기도 하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요즘은 어르신들도 다들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그런지 1월 1일에는 어머니에게도 SNS와 문자 메시지로 많은 연락이 온다. 서로의 덕담을 나누면서 한 해의 출발을 축하하는 것이다. 노소 할 것 없이 새해는 새로운 출발인 것은 틀림없다.

올해 우리 가정의 가장 큰 변화는 남동생의 딸, 즉 조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산후 조리원에서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초등학생이라니 깜짝 놀랐다. 연말에 남동생 집을 방문하니, 아이들이 초등학생용 새 책가방을 올케가 사줬다며 자랑했다. 여자 조카만 사주면 남자 조카가 울까 봐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는 녀석도 새 가방을 하나 얻은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즐거워하는 여자 조카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덩달아 웃음이 났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다.

어머니도 이제는 자녀들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야겠다고 하신다.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 등을 받지만 그것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씩 돈을 내라는 것이다. 서로 얼마씩 내기로 분담을 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어머니가 40대였을 때만해도 국민들의 연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노후는 자식들이 부양하겠지 하는 생각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국민연금을 열심히 넣지 않았다. 대신에 사적인 건강보험이니 종신보험이니 하는 것을 많이 들고 자식들 것까지 다 들었는데, 지금은 다 돈 낭비였다는 후회를 많이 한다.

어머니를 보면 노후를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건강과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어머니는 무릎 연골에 문제가 있어서 늘 인공관절로 수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 중이다.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어머니는 `우울하다,` `오래 살아서 뭐하냐`는 말을 자주 한다. 얼마 전 한 신문 기사를 보니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2세인데 건강수명은 65세라고 한다. 65세 이후 17년 간은 각종 질병 치료를 위해서 병원을 다니다가 사망한다는 것이다. 기사는 노후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척추와 관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머니의 경우를 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

필자에게도 올해가 오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지는 않다. 여자 친구-주로 대학 동창생들도 작년의 마지막 날 많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메시지 중에는 “나는 이제 50대가 되지만 아직 40대인 친구들은 마지막 40대를 즐겁게 보내렴”이라는 것이 있었다. 필자는 대학교 재수를 하지 않았지만 몇몇 동창들은 재수를 했다. 그래서 친구들 중 몇 명은 50살이 된다. 나이 50은 정말 `장년`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절대로 젊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나이라는 느낌을 준다. 친구들의 문자메시지에 필자는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 거야~`라고 답글을 달자, 다른 친구들도 `슬퍼`라고 답글을 계속 단다. 청춘은 이미 오래 전에 갔지만 거기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역시 슬픈 일이다.

필자의 집만 해도 어린이들보다는 중년과 노년의 비율이 높다. 노령화 시대의 축소판 같다. 그러다 보니 새해가 되도 희망 찬 이야기보다는 우울한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젊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매일매일 좋은 것만 생각하고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점점 `유심론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 올해는 다들 저마다의 기쁨과 행복을 많이 발견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