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순

바람과 햇살이 숨어든 벽

어린왕자는 어둠의 벽에 별을 걸고

섬과 섬을 뛰어 놀았지.

미로의 길숲에 잠든 이야기

한 송이 장미 가슴에 안은 채

어느새 깨어난 별들은 횃불을 치며

총총히 어둠을 삼켜낸다

새벽 바람길 따라 별빛 지는 하늘에 닻을 걸고

아득히 은하를 건너온 어머니

파도언덕 휘어진 돛단배 거친 살 내음

빗살무늬 손등 포구언저리 긴 매듭 풀어낸다

먼동과 노을 그 붉은 시간들의 그늘 속

어머니의 정원이 있다

푸른 빛 잉태한 세월

마당 절기마다 꺾여지는 바람의 늪

깊고 여물진 속살

통증으로 느끼는 시대 무뎌져 갈 즈음

망각의 어머니

침묵의 하늘 곱씹으며 빛을 잃은 지 오래다

머언 기억 노을마저 저문 산언저리

별똥별 피어나다

시인은 병상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어쩌면 어머니는 미로 속에 숨겨져 있는 어린 시절, 그 아름다운 동화 속 꿈의 세계를 찾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왔던 처녀시절, 꿈 많았던 청춘의 시간들을 찾아 흔들리는 기억의 회로를 더듬어 찾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하는 애처로운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언젠가는 먼동이 되어 노을이 되어 서쪽으로 떠나갈 어머니, 아니 영원히 저문 산언저리에 별똥별로 피어날 어머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