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연시만 되면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정치뉴스가 있다. 시급한 각종 법안을 놓고 주고받기식 조건을 걸어 연중 다퉈오던 여야 정치권이 막판 따가운 여론에 밀려 벼락공부하듯이 무더기로 처리하는 장면이다, 정유(丁酉)년을 넘기면서 우리 국회는 어김없이 45건의 주요법안을 허겁지겁 `땡 처리`하는 낯익은 모습을 연출했다. 새해에는 제발 `민생법안`마저 정치투쟁의 볼모로 잡아놓고 흥정에 몰두하는 구시대적 정치를 청산하길 기대한다.

지난 연말 국민들 사이에 가장 뜨거웠던 민생법안은 `전기용품및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이었다. 전기용품에만 적용되던 KC(국가통합인증규격)인증 취득의무를 의류나 잡화 등의 생활용품까지 확대하는 법안인 `전안법`이 올해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마냥 손질을 미루고 있어서 국민들의 애를 태웠다. 이 법안은 소상공인들에게까지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무한책임을 부여하는 고약한 내용이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매달려 살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는 KC인증이란 비용조차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양말을 포함해 의류 하나를 팔기 위해서도 최저 7만원에서 최대 70만원의 비용이 드는 인증을 강제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국가가 지정한 기관에서 KC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상품판매가 불가능하고, 위반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2016년 국회를 통과해 시행이 1년 유예된 전안법은 위해도가 낮은 상품 중 안전기준 준수대상 생활용품에 한해 KC인증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연말 본회의를 극적으로 통과했다. 당장 새해부터 생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였던 소상공인들은 겨우 한숨 돌렸다. 전안법은 지난해 11월2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국민들은 속이 타는데, 국회에서 정쟁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묶여있는 법안들은 한둘이 아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 미비한 법들은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아우성이 그치지 않는데도 몇 해째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소리를 듣는 모순투성이인 법 규정이 수두룩한 나라에서 정치적 희망을 찾아내기란 어렵다. 견디다 못한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비명을 질러대야 비로소 움직이는 정치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새해에는 부디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권력투쟁의 그늘에 가둬놓고 사익(私益)만을 탐닉하는 구태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진정으로 민생을 헤아리고 국민들의 가렵고 아픈 자리를 찾아 긁어주고 치료해주는 참다운 `민생정치`를 펼쳐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정치뉴스`가 한없이 지겨워진 이 서글픈 `민심`을 마냥 무시하고 이 나라가 나아갈 길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