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국

나무들의 피는 푸르다

그래서 밤나무 겨우살이는 푸르게 살쪄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싸움이 그러하듯

겨울 강선리에서는

밤나무 겨우살이들이

늙은 밤나무 몸뚱이에 이빨을 박아놓고

겨울 나고 있다

비대해진 자본주의의 탐욕과 침탈로 농촌 현실은 갈수록 피폐해져가고 있음을 시인은 겨울을 나는 밤나무를 모티브로 삼아 고발하고 있다. 자본과 외국농산물의 수입이 농민들의 고유한 생의 터전과 방식을 허물어 뜨리고 잠식해버린 지 오래다. 젊은이들은 살길을 찾아 도시로 나가고 노인들만 망가진 농촌에 버려져 있는 것이다. 아픈 농촌현실에 대한 시인의 칼날같은 비유의 언어들이 빛나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