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강행했던`한일 위안부 합의`의 불편한 진실이 폭로됐다. `한일 위안부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양국 간 합의의 총체적 문제점을 적시한 보고서를 통해 한일간 비공개 이면합의가 있었을 뿐 아니라, 피해자와의 소통도 부족했다고 결론지었다. 국민들은 일본이 위안부 합의 이후 소녀상 이전을 마치 한국이 합의한 것처럼 강하게 거론하고,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강조하며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인 이유를 이번에야 알게됐다. 보고서는 이면 합의와 관련해“일본 쪽 희망에 따라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협의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TF 검토에서 확인된 비공개 내용을 보면 양측에서 문제가 되거나 민감한 사항과 관련해서 한국 측이 일본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음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왜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비공개 이면합의 투성이의 `한일위안부 합의`를 맺었는 지는 알 수 없다.

참으로 유감스런 외교참사다. 테스크포스 보고서 내용만 보면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추진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재협상 추진을 공약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사안의 본질이 인권 침해임을 강조하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줄곧 강조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28일 전날 있었던 `한일 위안부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발표에 대해 “2015년 한·일 양국 정부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면서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로 문 대통령은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 그리고 현실로 확인된 비공개 합의의 존재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며,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길을 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목에 가시 걸린 듯` 입에 담기도 껄끄럽고 불편했던 `위안부 문제`를 이미 합의한 이상 두번 다시 협상테이블에 올리려 하지 않는다. 일본정부의 입장은 `재협상 절대 불가`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담화문에서 “위안부 합의는 외교 당국 국장급 협의를 포함해 모든 레벨에서 노력한 뒤 양국 외교장관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합의하고, 양국 정상도 전화 회담에서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며 “한국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 관계는 `관리 불능`상태가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일본의 향후 대응과 관련해서는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는 “한국은 유교 문화라 `약속 자체가 옳았는가`를 중요하게 따지지만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라 `약속이 옳건 그르건 지켰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만약 합의가 깨지면 일본의 반발은 한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했다. 매우 심각한 외교마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어떻든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선명하고 또렷하다. 그래서 속이 시원하다. 하지만 외교란 게 어떻게 칼로 무자르듯 할 수 있나. 국익을 위해 어떻게든 좋은 말로 포장해서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할 것 아닌가. 사드 미사일 도입과 관련, 중국과 사전 조율이나 양해없이 덜컥 발표했다가 중국의 심각한 반발을 샀던 전례가 또다시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중국을 달래려다 미국과 소원해진 현 정부가 이제 일본과도 외교마찰을 빚을 판이니 그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