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 금융그룹(회장 박인규)은 26일 임원 인사위원회를 열고 총 18명을 승진시키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파견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이어 불법 비자금 조성 수사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단행된 이번 인사는 조직의 정비와 분위기 일신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박인규 DGB대구은행장의 의도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박 행장과 함께 등기임원으로 있던 3명의 이사를 모두 퇴진시킴으로써 불법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측은 “보복인사는 낭설”이며 이번 인사는 “조직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중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해마다 이맘때면 임원인사를 단행해 이번 인사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법 비자금과 관련 입소문이 난 인사들의 퇴진으로 구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체제의 안정과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후속인사가 빠르고 설득력 있게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뜩이나 불법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면서 은행 이미지에 막대한 손해가 있어 왔던 터다. 조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져 보이지 않게 은행 경영에도 마이너스가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은행은 하루빨리 현재의 난국을 떨치고 안정된 경영에 나서야 한다.

대구은행이 대구경북에 차지하는 경제적 무게를 감안하면 속도감 있는 경영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박인규 행장의 내부 장악력 강화를 위한 인사란 평가가 있으나 지금의 상황에서 행장이 조직을 장악하지 않으면 조직을 추스러 나갈 수도 없다. 다만 인사의 형평성과 조직 발전성은 인사권자의 역할이고 몫이다. 대구은행은 1967년 창립 이후 지역민의 사랑을 많이 받아 성장했다. 대구시민들의 기대도 컸던 만큼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것은 대구은행 임직원 모두의 몫이다. 또다시 이런 문제로 조직이 흔들리게 된다면 은행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불행한 일이 된다.

지금 금융시장은 적자생존의 환경에 놓여 있다. 은행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경영은 최고 책임자의 신뢰에 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은행 스스로가 통렬하고 비장한 각오로 풀어가야 한다. 그것이 대내외적으로 수긍할 만한 것이라면 지금의 인사 뒷말도 자연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대구은행의 이번 인사가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다면 퍽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