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마도 과연 그럴 것이다. 칭찬은 이를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여, 하던 일에 더욱 열심을 내게 하고 춤추듯 일하게 하여 그런 결과 이전보다 더 나은 결실을 보게 할 것이다. 남들로부터 칭찬의 소리를 듣게 되면 나 자신부터 신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칭찬이 모든 경우에 매우 효과적일 것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칭찬을 얼마나 잘 하면서 살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오랜 외국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한 후 필자는 아이들을 국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런데 하루는 둘째 아이가 달려와서는 시무룩한 얼굴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는 아무리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선생님으로부터 `잘 한다`는 소리를 좀처럼 듣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덧붙이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태어나서 자랐던 외국에서는 선생님으로부터 `못 한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긍적적인 격려가 아니라 부정적인 지적만 경험하다 보니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이 힘들고 재미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 교육의 현장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매우 많으실 것으로 믿는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어온 치열한 경쟁적 환경에 생각이 미치면 아이가 겪었다는 `부정적 지적`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닌 것이다. 남들보다 얼른 배워 그 누구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다 보면, 학생도 교사도 그리고 학부모도 얼른 틀린 것을 고치고 맞는 답을 찾아내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 좋은 학교, 더 나은 직장, 그리고 더욱 보장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같은 경쟁만이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던져온 삶의 모델이었다. 사회적 관성이 함께 작동하여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화하였는데도 우리는 교육의 현장에서 아직도 경쟁모델 중심의 가르침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생각을 조금 바꾸어야 한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물론 선생의 눈으로 보면 학생은 늘 부족한 게 사실이다. 바로잡아 주어야 하고 틀린 것을 알려 주어야 학생에게 발전이 있을 것임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교사의 시선이 부정적이기만 하다면 교육적 태도와 방향 역시 부정적인 경향성을 가지게 되어 학생에게는 물론 교사 자신에게도 퇴행적 교육이 거듭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학생의 오늘 모습은 내일을 향한 교육이 시작되어야 할 출발점이 아닌가. 학생은 어쨌거나 오늘 그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교사가 먼저 믿어주고 격려하고 끌어올려 줄 때에 학생에게는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선생의 따뜻한 시선에 학생은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부정적 경향성이 어찌 교육에서만 그럴 것인가. 우리 정치가 지향하는 내일의 모습이 긍정적이라는 것은 슬로건에 머물 뿐 현실 정치는 하염없는 부정적 언사와 행태의 연속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 문화와 문화상품들이 담고 있는 스토리와 담론들에는 또 얼마나 긍정적 요소를 담고 있는 지 한번 돌아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갈등과 분열, 슬픔과 고통이 이미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으로도 한스러울 터에, 서로를 향한 시각과 태도마저 부정적이라면 우리는 서로 무엇을 기대하며 살 것인가 말이다. 서로를 향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선생은 학생을 향하여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정치인은 국민을 향하여 진정으로 따뜻한 시선을 가질 때 이 사회는 더욱 건강하게 움직여 갈 것이다. 학생도 선생을 향하여 그리고 국민도 정치를 향하여 수용하고 인정하게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살아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비난은 영웅도 잠자게 할 것이다. 다사다난하였던 2017년을 보내면서, 이제 칭찬으로 더욱 성숙해 갈 것을 다짐해 보았으면 한다. 남을 향한 배려와 섬김, 그리고 칭찬으로 가득한 새 해를 열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