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복 여

바람이 들어앉자

무슨 약속이라도 있었는지

팔랑 문지방을 넘어들어가는

가랑잎 한 장

우리가 내다버린

연애나 동맹, 그리고 청춘 같은

그 집 어디에도 우리는 없고

이제는 저 바람이 주인이다

한 때는 그 버려진 새장 안에는 연애나 동맹, 청춘이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충만한 지저귐과 생기와 온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내다버리고 포기해버렸기에 텅 빈 새장으로 버려져 있는 것이다. 시인은 버려진 새장을 모티브로 우리네 인생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는 희망과 사랑, 청춘의 열정이 가득 찬 인생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 소중한 가치들이 희미해져가고 지워져서 허허한 바람만 드나드는 생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생을, 그 허무한 시간들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