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하, `천둥호랑이 창법` 화제
`만약에` 부른 유튜브 영상 150만 뷰

▲ `천둥호랑이 창법`으로 SNS에서 화제를 모은 가수 권인하가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붙였는지 포인트를 잘 짚은 별명이다. 천둥 호랑이.

`비 오는 날의 수채화`로 유명한 1980년대 인기 가수 권인하(58)가 젊은층에 `천둥 호랑이`라는 재미있는 수식어로 친근한 `아재`가 됐다. 그가 2년여 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소녀시대 태연의 `만약에`를 부른 영상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에 퍼지면서다. 그가 눈을 질끈 감고 절규하듯 노래하는 창법을 본 누리꾼들이 천둥 치듯 포효하는 호랑이에 빗대며 크게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은 2015년 8월 `스페이스 공감`이 당시 미공개 방송분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으로 26일 현재 조회수가 153만 건을 넘어섰다. 이를 계기로 그가 박효신과 듀엣한 `그것만이 내 세상` 등 과거 영상이 재조명됐고, `모든 노래를 천둥 호랑이화 시켜서 부르는 권인하`란 노래모음 영상까지 등장했다.

호응에 힘입어 권인하는 올해 김범수의 `보고싶다`와 멜로망스의 `선물` 등 젊은층에 사랑받는 노래들을 다시 불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누리꾼의 댓글에답글을 달면서 소통하고 있다. `권인하` 채널 구독자 수는 1만1천명이 넘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인하는 “이런 일로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천둥 호랑이 창법이란 수식어가 마음에 꼭 든다”며 “어떤 분이 이렇게 멋있는 별명을 붙여줬는지 모르겠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그 수식어 덕에 여러 의미로 제2의 인생이 열렸다”며 “가수로선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첫 문이어서 소중하게 여겨진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60세인데 환갑을 목전에 둔 선물 같다. 올해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은 유튜브와 SNS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만약에`를 부른 영상이 유튜브 150만 뷰를 넘어 놀랐다.

△ 유튜브에 앞서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다더라. 지난해 초 아들(27)이 `아빠, 페이스북 어느 페이지에 한번 가보라`고 했다. 당시 이미 영상 조회수가 250만 회가 넘어 놀랐다. 사실 `만약에`를 처음 부른 것은 2015년 4월 MBC TV `복면가왕`이었다. 다른 가수의 곡을 불러야 했는데 아들이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노래를 추천했다.

이후 출연한 `스페이스 공감`에서 앙코르곡으로 불렀는데 그 영상을 좋아해 주셨다.

SNS에서 `천둥 호랑이 창법`으로 회자한 것은 좀 됐다.

- 새로운 별명이 생겼는데.

△ 기분이 좋은 것은 나와 세대가 다른 친구들이 친근하게 여기며 호응해줬다는 점이다. 요즘은 행사장이나 공연 가면 `저 아저씨 천둥 호랑이다`라고 얘기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공연하면 관객도 이전보다 젊어진 것 같다.

- 진성으로 고음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창법이 포인트가 됐다.

△ 감정을 끌어올린 소리는 울림이 좋다. 그 힘은 바로 압축력이다. 얼마나 소리가 안에서 압축돼 나오느냐가 멀리 가느냐의 문제인데 그런 부분을 캐치해 준 것 같다. 난 성대를 증폭해 진성으로 소리를 낸다. 보통 메탈 쪽에서는 가성을 거칠게 만들어서 샤우팅 비슷하게 소리를 만드는데, 진짜 샤우팅은 성대를 울려 압축된 호흡으로 소리를 올곧게 뻗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가성을 잘 냈는데 거친 소리를 쓰다 보니 가성이 잘 안된다. 가성을 쓰기 어렵지만 오래 노래하면서 노하우가 생겼고 목소리는 다행히 가장 늦게 노화가 오는 부분이다.

- `만약에`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던데.

△ 조금 더 감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정말 바보 같아서 사랑한다 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에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 인가봐`란 가사의 애절함을 조금 더 아프게 표현하고 싶었다. 젊은 세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지만, 중년에게도 절절한 감정은 있지 않나. 애절하고 잔잔하게 가다가 뒤에는 파도치듯 몰아치는 구성으로 불렀다. 아마 원곡과 다른 분위기의 노래가 돼 있으니 `할아버지가 이렇게 불러?` 한 것 같다. 하하.

- 중견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멜로망스의 `선물`까지 커버하며 유튜브에서 친근하게 소통한다.

△ 공연 영상을 찍는 지인의 제안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는데, 직장인 초년생인 아들이 옛날 영상만 있으면 재미없으니 채널을 그냥 두지 말라면서 어느 날 공연 준비할 때 연습한 `보고싶다` 영상을 올려놓았더라. 집에선 내 매니저인 아들이 다른 곡을 추천하며 불러보라고도 했다. `선물`을 집에서 부를 때 아들이 옆에서 휴대전화로 찍었다. 원곡이 깨끗한 멜로디 위주의 R&B라면 난 어린 시절 레이 찰스나 스티비 원더 등의 솔(Soul)을 좋아해 나만의 스타일로 불렀다. 좀 어설프게 들리더라도. 하하. 그러자 윤종신의 `좋니`를 불러달라는 요청도 오더라.(그는 차에서 혼자 운전하며 `좋니`를 불러봤다면서 쑥스러워하며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 이렇게 소통하면서 한창 활동하던 때와 달라진 환경에 느낀 점도 있을텐데.

△ 우리 때는 늘 방송할 생각만 했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도 설 수 있는 방송이 몇 개 없다. KBS `열린음악회`와 `콘서트 7080` 정도인데 그마저 파업 때문에 녹화를 못 한다. 우리 또래 가수들이 대중과 소통할 공간이 없어 방황하는데, 유튜브나 SNS를 경험하며 내가 마음껏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록밴드 `우리`의 보컬 출신으로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1985)를 작곡하며 데뷔했다.

△ 1984년 제대하고서 밴드 `우리`가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형과 같이 연습을 했다. 이장희 형이 만든 광화문의 스튜디오였는데, 그때 이문세 씨가 엄인호 형에게 곡들 달라고 했는데 형이 마땅한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랑 `우리` 밴드의 건반으로 같이 연습한 이영훈 씨가 이문세 씨에게 곡을 줬는데 이영훈 씨 곡이 낙점돼 프로듀서로 갔다. 1주일 뒤 이광조 형이 곡을 구한다고 해 엄인호 형이 우리에게 또곡을 들려주라 했는데 그때 내 곡을 주게 됐다.

- 1987년 솔로 가수로 나서 올해로 30주년이다.

△ 그렇게 됐는지 몰랐다. 하지만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 당시 밴드를 유지하려면 밤에 행사 무대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 흩어지게 됐다. 그때 우리가 완벽하진 않아도 프로그레시브 록 스타일의 음악을 하려 했다. 솔로 데뷔를 한 뒤 1989년 강인원, 김현식 씨와 부른 영화 OST 곡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가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다.

- 신곡이나 공연 계획은.

△ 2014년에 `못난 이 사랑`이란 신곡을 냈는데 녹록치 않았다. 얼마 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행사에서 만난 후배 작곡가 윤일상에게 내년 봄에 낼 곡을 달라고 부탁도 했다. 준비를 차근차근히 해볼 생각이다. 공연은 지난해 `포효`란 타이틀로 열었는데 내년 `포효 2`를 계획 중이다. 기회가 되면 `만약에`나 `좋니` 같은 후배들의 곡을 음원으로도 내보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