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기로 약속돼있던 `개헌안 국민투표`가 여야의 정쟁 소용돌이 속에서 이상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 사이에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견해가 갈리면서 대구·경북(TK)지역부터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대로 골든타임을 놓쳐 `지방분권 개헌`이 아예 물 건너가는 낭패마저 우려된다. 당파적 이해관계에 묻혀 동상이몽만 거듭하다가 또 다시 무산시키는 일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를 경우, 자칫 `정권 심판론`이 희석돼 지방선거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분리실시를 주장해왔다. 그러면서도 개헌안은 반드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한다고 강변한다. 홍준표 대표는 `지방분권 개헌`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지방선거와 동시선거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중립적이어야 할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내세워서 6월 지방선거를 통해서 땡 처리, 패키지 여행상품 다루듯이 개헌을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반드시 내년 12월 31일 이내에 국민개헌을 국민들의 냉철한 참여와 사회적 논의 속에서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금이 지방분권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으로서 이 시기를 놓치면 지방분권은 영영 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지방분권 논의 없이 대통령 권력 배분만 놓고 개헌 논의를 한다는 것은 철학의 빈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철우(김천시) 최고위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 지방분권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김광림(안동시) 의원은 “일본에서는 한 가지 이슈만 가지고 국민투표를 한다. 여당은 개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명재(포항시 남구 울릉군) 의원도 “홍 대표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개헌추진을 걱정한 나머지 내년 지방선거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실시 자체를 반대하는 전략은 대단히 위험하다. 자칫하면 정부여당의 정략에 고스란히 말려들어가 결국 주도권을 모두 빼앗기고 막바지에 끌려 다니면서 지방선거마저 망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여망을 좇아 `지방분권 개헌안`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여당 역시 주의해야 한다. 지지율 우위에 취해 민심의 실체를 간파하지 못하고 정파적 이익에 맞춰 개헌을 추진해나간다면 역사에 큰 허물을 남기게 된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는 일은 철저히 배격돼야 할 것이다. 시대적 숙원인 `지방분권 개헌`이 또다시 정치권 `정략제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