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돌아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행보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다. 임 실장의 파격 특사행보를 둘러싼 의혹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임 실장의 대응이`기피`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떳떳하게 나서서 언론과 정직하게 소통하면서 국익을 위해서 꼭 지켜야 될 비밀에 대해서는 차라리 협조를 구하는 게 정도(正道)다.

임 실장은 지난 9일부터 2박4일간 UAE와 레바논을 방문한 뒤 12일 귀국했다. 당초 청와대는 임 실장이 현지 군 장병 격려와 외교일정 수행을 위해 UAE와 레바논을 방문한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대통령비서실장의 특사파견이 14년 만에 일어난 이례적인 일인 데다가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이미 지난달 같은 부대를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의 해명 스텝은 이후에도 계속 꼬이고 있다.

청와대가 임 실장의 파격적인 특사 행보를 놓고 벌어지는 의혹은 `대북접촉설`로부터 시작돼`UAE바라카 원전 관련설`로 번지면서 한없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임종석 실장과 UAE 왕세제와의 면담에서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의혹의 진폭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임 실장의 UAE행에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이 동행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의구심은 더욱 깊어졌다. 야당은 임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UAE의 우려와 문제제기에 대한 무마용 접촉설, 국교단절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급거 특파, 이명박정부의 원전외교 비리를 캐려는 새 정부의 활동에 대한 UAE의 격노를 무마하기 위한 사절 행보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처럼 의혹이 번지자 고위관계자를 통해 “모든 추측성 기사와 야당의 주장은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때 좋았던 UAE와의 관계가 박근혜정부 들어 소원해졌다고 전하면서도, 그 이유는 속 시원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임 실장이 직접 해명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제기된 갖가지 의혹 중에서 가장 고약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를 캐려다가 UAE의 격노를 불렀다는 대목이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복수심`에 눈멀어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워먹는 어리석음에 다름 아니다. 정권이 그럴 정도로 분별력을 잃었다는 이야기라면 나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문제를 `박근혜 전 대통령 허물`로만 덧씌우려는 용렬한 습성도 예사 문제가 아니다. 제기된 모든 궁금증들은 서둘러 석명돼야 한다. 수상한 변명이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루빨리 수습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