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의 희망직업은 시대의 세태를 반영한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중·고 1천200곳 학생·학부모·교사 등 5만1천494명을 대상으로 진로교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희망직업 1위는 초중고를 막론하고 2007년부터 최상위권을 유지해온 교사가 차지했다. 초등학생은 교사에 이어 운동선수, 의사, 요리사(셰프), 경찰, 가수, 법조인, 프로게이머, 제빵원, 과학자를 선호했다. 중학생은 교사에 이어 경찰, 의사, 운동선수, 요리사, 군인, 공무원, 건축가·건축디자이너, 간호사, 승무원 순이었고, 고등학생은 교사, 간호사, 경찰, 군인, 기계공학기술자, 건축가·건축디자이너, 의사, 컴퓨터공학자·프로그래머, 교수·학자, 승무원 순이었다.

20여 년전만 해도 중고생 희망직업으로 남학생은 운동선수와 의사, 여학생은 교사를 선호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1995년 전국 중고생 7천800명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자 중학생은 운동선수(11.4%), 의상(9.5%), 과학자(8.1%) 순으로, 여중생은 교사(22.9%), 연예인(12.7%), 디자이너(8.4%), 의사(6.4%)순이었다. 또 남자고등학생은 의사(10.2%)를 가장 선호했고, 사업·건축업·학자나 교수가 뒤를 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30여 년 전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직업은 남자의 경우 과학자·운동선수·의사 순이었고, 여학생은 예술가·교육자·간호원의 순이었다. 지난 1983년 연세대 간호대학학생연구팀이 서울시내 국민학생 387명, 학부모 3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 성역할에 관한 기초조사`에서는 남자 어린이들은 과학자(29.8%)를 가장 선호했고, 운동선수(22.2%), 의사(10.6%), 군인 및 경찰(7.1%), 교육자(6.1%)의 순으로 창의적인 직업을 좋아했다. 여자 어린이는 예술가가 28.6%로 가장 높았고, 교육자(19.0%), 간호원(16.4%), 의사(15.3%)의 순이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희망직업이 창의적이거나 도전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교사가 1위로 조사된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만든, 자본주의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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