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 석

노란 쇼핑백은 파란 쇼핑백과 한통속임을 치욕으로 여길까

노란 쇼핑백은 안을 보여주지 않는다

검은 쇼핑백은 안을 보여주지 않는다

파란 쇼핑백은 안이 약간 보이는데

포장한 박스들이 들어있다

택시는 오지 않고

현대인들의 폐쇄적이고 단절된 인간관계를 고발하는 시인정신이 또렷하다. 단단히 싸매고 포장되어 속을 보여주지 않는 쇼핑백들은 침묵에 든 사람들을 일컫는다. 자신을 은폐하는 순수한 암흑, 입을 다물고 있는 공포, 이러한 삭막하고 두려운 삶의 모습으로 쇼핑백처럼 무심히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관계가 단절되어 버리고 파편화된 현대인들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