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LG 입단식 “LG·두산에 감사… 빅리그 더 못한 아쉬움도”

▲ 김현수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LG트윈스 입단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눈물의 입단식이었다. 평생 곰 유니폼만 입을 것 같았던 김현수(29·LG 트윈스)가 쌍둥이 유니폼을 입고 몇 차례 눈물을 흘렸다.

2015년 말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할 당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고 거침없이 포부를 밝혔던 `타격기계`는 우여곡절 끝에 국내로 복귀했다.

그 결정만으로도 쉽지 않았는데, 그가 돌아온 곳은 친정팀 두산 베어스가 아닌 옆집이자 라이벌인 LG였다.

김현수는 21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 메이플홀에서 열린 LG 입단식에서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미국에서 더 못한 아쉬움이 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정말 LG에 감사드리고, 두산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LG와 역대 프리에이전트(FA) 2위에 해당하는 115억원에 계약한 김현수는 “이렇게 큰 금액을 안겨준 LG 구단에 감사하다. 처음부터 큰 금액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를들었을 때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그만큼 받아도 되는 선수인가 생각도 했다. 그만큼 LG에서 내가 더 잘해야 한다. 역대 2위는 생각도 못 했다. 과분한 대우”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현수는 “LG의 선배인 박용택 형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대로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말 잘 데려왔다 소리 들을 수 있도록 뭐든지 앞장서는 선수 되겠다. 많은 응원 부탁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현수와 일문일답.

- LG 입단 소감은.

△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LG 구단에 감사드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두산 베어스 팬분들과 구단에도 감사드린다. 미국에 가기 전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에 죄송하기도 하다. LG 구단에서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 표정이 무거운 이유는.

△ 미국에 더 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팀을 옮겨야 하는 처지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서다 보니 긴장하는 것 같다. LG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두산에도 정말 감사드린다.

- 계약 총액 역대 2위다. 기쁜 마음도 있을 텐데.

△ 큰 금액을 안겨주신 LG에 감사드린다. 에이전트가 잘 협상을 했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큰 금액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사했다. 내가 그만큼 받아도 되는 선수인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그런 만큼 팀에서 제가 지금까지 해온 야구를 더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 못한 과분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게 된 계기는.

△ 원래는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었다. 핑계를 대자면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하다 보니 어려웠고, 다시 계약하려면 2월을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2월 중순쯤에나 시즌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면 잊힐 것으로 생각했다. 야구를 너무 하고 싶었다. 벤치에 앉아서 야구를 보다 보니까 경기를 너무 나가고 싶었고 선수로서 정말 야구가 노력만으로 안 된다는 걸 한 번 더 깨달은 시즌이었다.

-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연봉 값을 한다고 생각하나.

△ 성적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생각을 해봤는데 성적도 성적이고 모든면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중심 타선의 역할을 해야 한다.

△ 중심 타선이 아니더라도 감독님이 내보내신다면 어느 곳에서든 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KBO 리그에 3년 만의 복귀인데 계속 지켜봐 왔나.

△ 하이라이트는 꾸준히 챙겨봐 왔다.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원래 한국에 있었으니까 크게 걱정하는 건 없다.

- 김경문 감독, 양상문 단장이 리더십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리더십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리더십보다는 어린 선수와 같이 있을 때 밥을 많이 사주고 목소리가 크다 보니까 야구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LG에는 저 말고도 리더십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을 따라서 그 밑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 같다.

- LG라서 설레고 기대되는 부분은.

△ 많은 부분에서 설렌다. 어릴 때 야구장을 가면 (박)용택 형과 (이)동현이 형과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 (차)우찬이도 있고 많은 LG 선수들과의 만남이 가장 설레는 부분이다.

- LG 선수들과 미리 이야기를 나눴나.

△만나지는 못했지만, 발표 날 박용택 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수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 개인이 잘하면 좋은 팀이 된다고 생각하는 만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

- LG는 바로 옆에서 보던 팀이었는데. 밖에서 보는 LG는 어땠나.

△ 크게 생각한 것은 없었고 다른 팀과 비슷했다. `옆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옆집`에 가서 뛰게 된 소감은.

△ 기쁜 날은 기뻐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울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기쁜 마음도 있다. 두산 팬들께 죄송하고 LG의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두산 선수들이 아쉬워했을 텐데.

△ 다들 아쉬워했다. 박건우와 룸메이트를 많이 했기 때문에 아쉽다는 이야기를많이 했다. 같이 하니까 그라운드에서 다시 보자고 이야기했다.

-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걸 배웠을 것 같다.

△ 많은 걸 배웠는데 가장 큰 건 루틴이다. 각자의 루틴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루틴이 확실하면 슬럼프가 와도 빨리 벗어나더라. 연습량보다 연습의 질, 체력 관리가 우선이라는 걸 봤다. 2번째는 경기를 나가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닫게 됐다.

- 다시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꾸나.

△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 다시 도전하고 싶다.

-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너무 짧게 있어서…. 연습량은 우리가 훨씬 많으므로 스윙 메커니즘이나 수준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체력이 가장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던 선수들이라 몸 관리, 식단 관리가 까다롭더라. 힘이 있어야 통할 것으로 생각한다.

- LG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 잘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박용택 형이 선수들은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야 한다는 말이 확 와 닿았다. 새로운 팀에서 저를 필요로 할 수 있게, 잘 뽑았다는얘기 들을 수 있게끔, 잘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