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기, 영화 `신과함께`서 열연… 하정우·차태현·주지훈 등과 호흡

▲ 배우 김향기가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덕춘은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고 순수한 면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아이라고 느껴졌어요. 솔직함이 매력이고, 있는 그대로 맑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김향기는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망자를 변론하는 저승 삼차사 중 막내인 월직차사 덕춘 역을 맡았다. 바가지 머리를 한 채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덕춘은 이승의 죄를 심판하는 지옥의 살벌함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는 인물이다.

김향기는 원작 웹툰의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싱크로율 높은 연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향기는 “원작에서도 덕춘이 제 나이의 아이여서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신과함께`에는 김용화 감독의 제안으로 합류하게 됐다.

“감독님이 보고 싶다고해서 찾아갔는데 마음에 들어하며 좋아해 주셨어요.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고 `함께 도전해보자`고 하셨어요. 시나리오도 안 본 상태였어요. 기뻤죠.”

원작 웹툰을 먼저 책으로 읽었다. “대박” 재밌었다. “`주호민 작가님 천재인가`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가 단행본 8권 분량의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로 옮길지 궁금해졌다. 원작의 캐릭터들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딱히 비교해서 읽지는 않았고, 시나리오 역시 술술 읽혔다고 김향기는 말했다.

하정우·차태현·주지훈 등 `삼촌`들과 11개월간 함께 했다. 배경 대부분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나중에 입혀진 탓에 상상력에 기대 연기해야 했다. 김향기는 삼촌들에 대해 “역시 대단하다고 느껴진 때가 많았다”고 떠올렸다.

“아무것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게 굉장히 어색하고 연기가 안 나올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하니까 되더라고요. 저 혼자가 아니라 삼촌들이 같이 계시니까 부담을 덜고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어요. 하정우 삼촌은 현장에서 많이 웃겨주시는데 촬영 들어가면 확 바뀌는 거예요. 카리스마 있게 멋진 목소리로 변해서 `포스`가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어요.”

촬영장엔 온통 남자 어른들뿐이어서 처음엔 긴장도 많이 했다. “점점 하다 보니까 삼촌들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감독님도 유쾌하셔서 즐거웠어요. 친구들이 `근무환경 짱`이라고 하더라고요.”

2000년생, 한국 나이로 올해 열여덟인 김향기는 영화 `마음이…`(2006)로 데뷔한 12년차 배우다. 중학교 때는 “나중에 연기를 하면서 다른 공부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대학 진학이 현실로 다가올 나이. 김향기는 “내게 가장 소중한 건 연기”라며 “대학에 가서 졸업도 하고 연기생활을 병행하려면 저와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속 덕춘은 천륜·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 등 일곱 가지 지옥에서 심판받는 망자를 변론한다. 촬영하다 보니 나중에 죽으면 아무래도 천륜지옥에 떨어질 것 같았다. `죄짓지 말고 착하게 살자`는 영화의 교훈은 김향기에게도 통했다.

“엄마한테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전에는 사과를 안했어요.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짜증을 내놓고 전보다 마음에 많이 걸렸어요. 이제 엄마한테 사과를 해요. 얼굴 보고는 못 하고 카톡으로요. 화를 안 내면 되는데 꼭 화 내고 뒤늦게 메시지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