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저임금이 기존 6천470원에서 7천530원으로 16.4% 인상되는 새해 1월1일이 가까워옴에 따라 고용시장의 혼란이 점입가경이다. 자동화를 통한 직원 감원, 근무시간 축소, 가족경영 확대, 공장 해외이전, 상품가격 인상 등 인건비 폭탄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방편들이 쏟아지고 있다.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시장혼란이 더욱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으로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됨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들이 가장 먼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근로시간까지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 중 일부를 지원한다지만 현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우선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알바시장에서부터 근무시간을 대폭 줄이거나 고용인원 자체를 축소시키는 결단을 내리고 있다. 외국인들을 편법으로 고용하는 일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임금압박을 견디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아예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기로 방향을 튼 기업들도 있다.

이맘때면 음식점·편의점 등 아르바이트 구인광고가 쏟아졌는데 올해는 예년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을 정도다. 임금 폭증에 부담을 느낀 사업주들이 그나마 있던 아르바이트마저 내보내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무인기계를 도입하는 점포들도 느는 추세다. 그러잖아도 힘든 청년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까 걱정스럽다.

시장의 물가에도 당장 반향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리아가 11월말부터 불고기버거(+2.9%), 새우버거(+5.9%)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2010년 6월 이후 7년 동안 가격을 유지해왔던 놀부부대찌개도 최근 부대찌개류 가격을 종전보다 평균 5.3% 올렸다. 편의점 GS25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 핵심 상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런 부작용은 새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됐다. 일자리 안정기금 확보,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일부 보완책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업종별 지역별 특성 고려 등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 논의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데 시행이 턱밑에 닿도록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소상공인들은 당장 하루하루가 더 다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중심의 경제 선순환 구조`는 묘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내년에 잘 먹자고 올해 굶으라는 논리라면 생각대로 시장이 움직여줄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 혹독한 장기불황을 타개할 비책부터 내놓는 것이 순서 아니냐는 시장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부작용을 타개할 수 있는 뭔가 뚜렷한 해법이 나와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