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미국 뉴욕을 다녀온 건 지난 달 27일부터 4일까지 7박 8일이었다. 1천600만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도시 뉴욕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2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뉴욕 맨해튼에서 공부하는 큰 딸의 카네기홀 바이올린 독주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때늦은 탐방기를 쓰게 된 것은 맹방 미국과 멀어지는 걸 마다않는 청와대를 걱정하다 불현듯 미국을 방문한 소감 한 줄 써보자는 심산에서다.

미국 최대의 도시인 뉴욕은 미국의 상업·금융·무역의 중심지이자 많은 대학·연구소·박물관·극장·영화관 등 미국 문화의 중심지다. 국제적으로는 대서양 항로의 서단에 위치하는 가장 중요한 항구이며, 세계 금융의 중심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46년 국제연합(UN) 본부가 설치돼 국제정치의 각축장으로도 떠올랐다. 우선 뉴욕의 교통은 서울보다 열악했다. 뉴욕의 택시는 한국과 비슷한 2.5달러지만 거리당 요금이 2배 이상이어서 비싸다. 특히 뉴욕 도심의 교통체증은 서울 도심이상이다. 또 도심 주차료가 엄청나게 비싸다. 맨해튼 도심 건물에 한달 주차를 하려면 약 100만원 이상 든다고 한다. 그래서 뉴욕시민들은 도시 전역을 거미줄처럼 꼼꼼하게 연결하는 뉴욕 지하철을 이용한다.

뉴욕의 빈부격차는 확연하다. 100층을 넘는 초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월가와 맨해튼 도심을 활보하는 샐러리맨의 자부심 가득한 표정에서부터 100년을 훨씬 넘어 폐허처럼 쇄락한 4~5층 건물들이 들어선 할렘가 흑인 노동자들의 피곤에 찌들은 얼굴을 함께 볼 수 있다. 도심 지하철역 구내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 걸인들의 모습은 서울과도 다르지 않다. 5번가 대로변에 줄지어 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취급 상가의 화려한 뒷골목에는 서민형 할인매장들이 뒤를 받치고 있었다.

그래도 문화도시 뉴욕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고, 매력적이었다. 도시 곳곳에서 마주치는 버스킹은 때론 흥겹고, 때론 진지했다. 고가도로 다리 밑이나 센터럴파크 앞이나 타임스퀘어 광장은 말할 것도 없고, 지하철 역 구내에서 기타를 들고 팝송과 랩, 재즈곡을 부르는 풍경을 마주쳤다. 듣는 듯 지나는 듯 해도 적지않은 시민들은 1달러 지폐를 흔쾌히 내놨다. 센트럴파크 앞 광장에서 전통악기인 징과 비슷한 악기를 두드리며 연주하는 금발의 백인 연주자와 박물관 앞 광장에서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흑인남성의 버스킹도 눈길을 끌었다. 또 하나 100년이 넘은 지하철 역 난간과 기둥, 가드레일위에 뿌리박은 난장이와 동물들의 앙징맞은 청동 조형물들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뉴욕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인류문화의 원류를 보여주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현대미술의 정수를 소개하는 모마(MOMA)미술관이다. 인류문화유산에 대한 미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엿볼수 있었다. 세계 3대박물관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입장료는 기부금 1달러면 족했다. 1880년 센트럴 파크 현재 위치에 개관한 박물관 수집품은 이집트, 그리스, 중세 미술과 유럽·미국·기타 극동 및 고대 중 ·근동 미술, 그리고 조각·공예 ·판화·무기류·코스튬·가구 등 선사시대 이래의 인류역사의 산물인 세계 각국의 유물 총 200만 점이 전시되고 있다.

미술품으로만 따지면 일명 `모마(MoMA)`라 불리는 뉴욕 현대 미술관이 압권이다.

1929년 설립된 모마에는 18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15만 점이 전시되고 있다. 6층 규모의 미술관에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잭슨 폴락 등의 현대 미술 작품과 고흐, 고갱, 세잔, 마네, 모네, 클림트, 샤갈, 마티스, 피카소 등 근대 미술 작품이 전시돼 눈을 호강하게 만든다. 금융도시, 정치도시, 그리고 문화도시 뉴욕, 그 뒤안길은 인류역사가 채택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맞부딪는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있었다.